여는 글

웹진 놀 편집부


나와 당신, 우리의 몸

  문화살롱 5120이 두 번째 웹진 ‘#몸’을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문화예술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은 우리의 몸을 떼어 놓고서 이야기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몸은 개개인에 특유한 것이자 모두가 다른 것이기에 다양성 속에서 이야기되어야만 합니다. 이러한 사유 속에서 웹진 ‘놀’ 편집부는 우리 사회에서 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이번 호에 담고자 총 8인의 필진을 선정, 섭외하여 이번 기획호의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다른 몸들’의 대표 조한진희의 ‘몸과 질병 서사’는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전제하는 건강한 몸이라는 기본값 속에서 타자화되는 몸을 돌아봅니다. 필자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이 만성질환자의 시대라 할만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에 건강중심사회가 소외시키는 우리의 몸을 복권하고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를 바꾸자고, 아파도 괜찮은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요청합니다. 무용평론가 허명진은 감각이 ‘몸의 순간을 획득하는 역설적 차원’에서 우리가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물리적 신체기관과 감각과의 연결을 해체할 필요에 대하여 논합니다. 그에게 우리의 몸은 “레몬의 신맛을 떠올리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미 그 신맛을 느끼는, ‘이미 있음’의 차원을 담지한 것입니다. 이러한 몸의 특성은 “기술적 진보라는 관념을 무색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러한 필자의 시선을 통해 코로나 19 이후 가열차게 논의되었던 메타버스 세계의 몸이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의식이 언제나 가상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왔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미술평론가이자 인권활동가인 남웅은 당연하게 여겨 온 신체적 특징에 근거한 성별의 구분이 오늘날 어떠한 담론 속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는 이원론적 성별의 고정관념 속에서 배제되는 자들의 몸에 관하여 “기존의 규범을 강고히 하며 몸의 양태와 행위에 위계를 두고 범죄화하기에 앞서, 그가 자신을 설명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상해와 손상, 차별과 낙인 등의 위해를 겪지 않도록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광화문에서 이원론적 성별의 이분법에 대항하고 젠더의 분화된 스펙트럼을 공론화하고자 했던 이들에 가해지는 폭력에 가슴 한쪽이 시큰했습니다. 그들을 지지하고 연대할 단어를 선사받은 것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동화 작가인 김지완은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어린이의 몸에 주목합니다. 하등 불필요하며 독과 같은 사회적 우열을 만들어 내는 ‘표준’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으면서 말이죠. 작가가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픈 한 마디 “표준형 어린이 같은 건 그때도 지금도 없다”는 말은 어릴 적 어느 순간의 저에게도 여러 번 필요했을 말입니다. 이번 웹진에는 장애예술인 창작거점 공연장으로 2020년 건립된 ‘모두예술극장’의 이야기 또한 실었습니다. ‘장애’는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천명에서, 또한 이것이 장애예술인이 갖는 특성이자 수월성이라고 말하는 데서 우리는 ‘정상’과 ‘장애’라는 범주를 돌아보게 됩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진성선 활동가는 배우이자 활동 지원 현장의 코디네이터로서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는 몸을 돌아봅니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몸들의 경험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에 몸에 대한 인식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서로 맞대어 서는 몸들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몸에 대한 이야기가 문학이라는 렌즈 속에서는 어떻게 변주될까요? 이러한 궁금증과 기대 속에서 몸에 대한 창작 시 두 편 또한 의뢰하여 함께 실었습니다. 몸을 이야기하는 언어는 다시 그렇게 우리의 몸을 환기합니다.

 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꾸려진 글뭉치들 외에도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웹진 ‘놀’ 편집부는 이렇게 문화예술 담론 속의 몸 이야기에 하나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실타래들이 여러분의 사유 속에서 이어져 또 다른 이야기들로 곳곳에 펼쳐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2024년 여름, 전에 없는 습도 속에서 ‘놀’ 두 번째 호를 마무리하며
문화살롱 5120 디렉터 배혜정

 고요한 밤에는 바깥의 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리곤 합니다. 이웃집 전화벨 소리, 한낮에 미처 떠오르지 않았던 말들, 운이 좋다면 풀벌레 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 지하철역과 멀지 않은 집에서는 이따금 방바닥에 귀를 대면 열차가 역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저는 그것이 도시의 맥박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만약 도시 전체가 거대한 몸이라면, 거기에 호흡을 부여하는 것은 도시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존재일 것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 식물까지도 모두 말이죠.

 그러나 도시의 구획과 벽들은 존재와 다른 존재 사이에 가로놓여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여전히 타자의 영역에 갇힌 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강요받으며, ‘다름’은 이 완벽해 보이는 도시에 균열을 초래하는 불온한 것으로 규정되곤 합니다.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은 언제나 균열로부터 비롯되는데도 말이죠. 어쩌면 우리의 도시 또한 균열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몸에 관한 여덟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성스레 원고를 준비해 주신 필진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한밤의 적막 속에서 나누는 말들처럼 조곤조곤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벽 너머의 서로를 궁금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로그램 매니저 박신욱

 이번 ‘vol.2 #몸‘은 여러 필진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몸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담았습니다.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각기 다른 몸을 지닌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곧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서로 다른 얇고 투명한 글들은 한데 모여 하나의 말뭉치가 되었고, 그 자체로 충분했습니다.

 여러분께선 이 말뭉치 속에서 눈여겨보지 않던 누군가의 동선을 따라가고, 피부 아래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며 건강을 되새기고, 내려다보던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규정된 몸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여정으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몸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프로그램 매니저 홍해준

 세상에 좋은 글들이 너무 많은데,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골똘히 찾고 집요히 뒤지지 않으면 우리가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억울할 때가 있습니다. 실은 제가 찾거나 뒤졌던 게 아닐 것입니다. 작가님들이 작가님들의 자리에서 언제나 해야 할 말을 해왔기 때문에 마침내 만나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만날 수 있도록 웹진에 기꺼이 참여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웹진을 기획하면서 많은 원고와, 원고 속 문장과, 문장을 쓴 사람과, 사람이 속한 단체와, 단체가 하는 활동과, 활동이 가진 의미와, 의미가 파생하는 물결을 보았습니다. 그 물결이 제 안으로 어떻게 스며들고 흡수되는지도 지켜보았습니다. 그건 하나의 큰 몸처럼 느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기획 호를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서도 꼭 그 과정을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문화살롱 5120과 웹진 <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꾸준히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코디네이터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