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행복 인스톨레이션≫
26.06.05-26.07.11
문화살롱 5120 〈공유시선〉 선정 전시
《LH 행복 인스톨레이션》
26.06.05-26.07.11
참여작가 | 베이비부머베이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임성빈, 소성준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LH 행복 인스톨레이션
현대식 변기가 하얀 수련꽃처럼 바닥 위로 솟아 있다. 변기 끈을 잡아당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게 된다. 건축가는 이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배설물로 가득 찬 베네치아 위에 우리의 화장실, 침실, 댄스홀, 그리고 국회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 집 변기가 고장 났다. 황색 레버를 내리면 한동안 물 흐르는 소리와 울림통을 텅텅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까지 들리는 고철과 오물의 진동을 따라, 나는 누워서 하수관의 모양을 떠올렸다. 지하철 노선처럼 뒤죽박죽 얽힌 파이프의 다발들. 이내 우리가 하수관의 모양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배관공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고쳐진 변기는 별소리 없다. 그래서 사람들도 아파트 깊숙이 들어와 있는 파이프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과 별개로 우리도 우리의 화장실, 침실, 국회 아래에 심어진 파이프를 떠올리기엔 너무 바쁘다.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을 오고 가는 긴 시간에 불만을 가졌다가도 여러 합리적인 이유로 쉽게 수긍해 버린다. 하얗고 깨끗한 타일처럼 우리가 밟고 있는 합리성의 발판은 어디서나 촘촘하다. 그리고 그 타일 밑으로 세심하게 감춰진 파이프가 멀쩡하게 작동하는 것은 현재를 늘 부족한 것으로 전제하는 건축가의 성실한 설계 덕분이다.
우리 아래에 파이프가 있다. 그리고 머리 위에도. 당신이 글을 읽는 이 전시 장소, 문화살롱 5120의 위에는 국가 주도로 만든 한 동의 아파트가 있다. LH 공릉 행복주택.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 초년생과 같이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주거 공간이다. 누가 살 것인지를 먼저 설계한다는 것은 LH가 단순한 건설사가 아니라 국가의 도시·주거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관임을 뜻한다. 또, 그 건물 지하에 전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그 행복을 위한 설계 안에 문화생활을 포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전시장 천장 파이프를 지나는 생활 하수의 소리는, 예술과 행복한 삶이 파이프로 긴밀하게 봉합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소리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 소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몇 예술가 집단이 원했던, 예술과 삶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그 시도의 지나친 성공 또는 실패를 기리는, 끊이지 않는 연주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예술가 중 한 명인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전시장으로 가져와 <샘>이라 이름 지었다. 그 혁명적인 배관 용품 아래에서 하수관을 닮은 미술사의 연표들이 다발로 쏟아져 내렸고 그 중 한줄기가 이곳 천장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예술가들의 실패란 지나친 성공과 연관되어 있다. 그들은 예술을 통해 기꺼이 합리성이라는 매끈한 타일을 부숴버리려 했다. 그 무한한 긍정의 벽을 부숴버리고 세계의 내장을 보여주고자 했다.
뒤샹이 죽은 지 3년 뒤, 당시 프랑스의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가 보부르 지역의 빈민가를 정리하고 건립한 미술관이 착공되었다. 1977년 개관한 이 미술관은 대통령의 이름을 따 퐁피두 센터가 되었다. 자국의 기술적 성취와 문화적 개방성을 자랑하기 위해 퐁피두의 배관공들은 온갖 배관과 뼈대를 미술관 외부로 펼쳐놓았다. 미술관의 개관전 중 하나가 일찍이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서 유명해진 뒤샹의 첫 번째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전후 문화예술의 중심을 가져오려는 국가 차원의 배관 공사이기도 했다. 고전 건축을 뒤집은 듯한, 유리로 된 외벽과 기둥이 없는 구조 설계는 계급적 경계가 없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개방된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부추겼다. 이러한 경향은 예술 안에도 적용되었는데 예술 장르 간, 그리고 일상과 예술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역사적 사명 아래, 제도는 급진적인 예술들을 건강하게 편입시키려 했다. 모든 장기를 열어젖힌 인체 해부도의 공허한 눈으로. 태초의 인간처럼, 퐁피두 센터는 벌거벗음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리고 이제 그런 투명한 구조는 이전의 사명으로부터 한 번 더 떨어져 나와 카페의 브랜드 전략이나 사무실의 인테리어가 되었다. 그 투명성이 가진 매끈함이란, 새하얀 타일과 다를 것 없다. 그래서 이곳, 5120의 천장은 현실적 제도와 오래된 정신의 때늦은 성공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파이프들의 장이다.
프라하 변두리 노동자 동네의 낡은 건물 화장실은 이보다 덜 위선적이다. 회색 타일 바닥 위에 변기가 비참한 고아처럼 서 있다. 그 형태는 더 이상 수련꽃을 연상시키지 않고, 오히려 하수관 끝의 터진 주입구라는 본색을 드러낸다.
파이프들, 그리고 공릉 행복 주택으로부터 7호선을 타고 죽 내려가 2시간 반쯤 지나면 내가 살고 있는 빌라가 나온다. 행복에 이어 빌라의 이름은 신혼. 이름에 담겨있는 신혼(新婚, newlywed)이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반대로 건물은 꽤 오래됐다. 도시 중심을 살짝 비껴가면 나올 듯한 갈색 벽돌의 다세대주택. 아늑한 내부와 다르게 안팎을 가로지른 철창살 옆으로 각종 배관이 지나다닌다. 배관에는 환풍기와 실외기가 층층이 매달려 더운 바람이 분다. 이런 빌라의 형태는 퐁피두처럼 위대한 정신을 계승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건폐율과 용적률 같은 건축법에 최적화된, 제도를 따르는 형태이다.
제도가 공간의 구조, 그리고 삶의 구조를 배치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가 변기를 이용할 때마다 변기도 우리를 몰래 이용한다. 눈과 카메라 만큼이나 항문은 변기, 하수관, 아파트, 전시장, 행복, 역사와 접합되어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기계가 되어야 한다’라는 워홀의 염원처럼 ‘긍정적 의미’의 기계가, 파이프가 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낡은 하수관 끝 고장 난 나의 변기만은 그 긍정으로부터 삐져나와 옆길을 튼다. 그는 역사의 족보로부터 유예당한, ‘비참한 고아’ 같은 변기다. 동시에 깨진 유리창의 존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리의 논리에서 고장은 하나의 니즈다. 때문에 고장 난 변기는 그 파이프 더미에서 구원받을 수 없다. 그 구원은 온갖 말할 수 없는 것들, 인간의 주의력마저 수치로 환산하는 장치 아래에서는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며, 배관공이나 테러리스트에게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그렇다면 고장은 그 자체로 어떻게 가능한가? 수리의 논리 아래, 고장은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accident)이며 제거되어야 할 변수이다. 그러나 고장은 그보다 능동적이다. 고장은 장치와 장치의 접합에서 웅크린 채로 어떤 한 순간을 기다린다. 파이프를 이루는 관과 엘보의 사이에서, 또 엘보와 관, 그 등가적인 형태 사이에서 분열적인 시선을 뻗칠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 시간은 기능이 없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기능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기능을 바라보는 기능, 파이프를 바라보는 파이프. 이런 피드백 루프의 구조는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성실함을 요구한다. 발 딛는 곳으로부터 어긋난 시선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지연되는. 마치 고장 난 변기의 반복되는 파열음과 같이, 소리 지르는, 읊조리는, 조잘거리는, 텅텅거리는.
베이비부머베이비 김준서
2026년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 결과 및 심사평
NOTICE

2026년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 결과 및 심사평
등록일: 2026년 5월 15일
선정팀: 매미와비둘기, 베이비부머베이비, Unsubjected(TRANS)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공유시선’은 이번 공모를 맞아 기획 중심 공모로 방향의 전환을 꾀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예팀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전시란 무엇인지, 기획이란 무엇인지, 시작하는 예술인을 위한 기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여러 질문을 마주하고 검토하는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지원해주신 99팀 모두에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번 공모에서 선정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여러분의 실력 등에 따른 우열의 문제가 아님을 아쉬운 마음에 앞서 기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정된 세 팀의 기획은 앞서 언급한 학예팀의 고민과 문화살롱 5120이라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드는 공공 지원 공간이라는 성격과 관련되어 저마다 의미하는 바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미와비둘기는 예비학예노동을 문제삼습니다. 예비학예노동은 상위 범주에서는 공적 부조로 운영되는 일자리 지원 제도의 하나이자 한 세대 이상 문화예술계에서 상당한 노동의 비율을 감당해 왔습니다. 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떠나 이 제도를 통하여 해당 세계에 진입하고 노동하는 일은 비정규직으로써 조직에 제한적으로 관여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쓰디쓴 경험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베이비부머베이비는 청년의 삶, 주거, 동시대 미술제도의 문제를 과감히 토해 놓습니다. Unsubjected(TRANS)는 안무가와 화가의 조합으로 몸과 그리기가 어떻게 지역과 삶과 관계 맺을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올 한 해 문화살롱 5120의 전시를 만들어 갑니다. 이들의 화두가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심사위원의 총평과 선정팀에 대한 심사평을 아래 함께 싣습니다. 문화살롱 5120의 고민과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에 귀한 마음을 써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배혜정(문화살롱 5120 디렉터)
기획의 형식을 기준해 진행된 공모의 틀에 따라 작가 개인의 그것보다 한층 더 확장된 차원에서의 미적 담론으로 귀결하는 지원자들의 제안을 보는 일은 선정의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예술계에 만연한 노동의 문제를 전면화하는 매미와비둘기, 급변하는 도시 환경의 조건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 베이비부머베이비, 그리고 신체 감각의 맥락에서 개인 기억의 체험에 관한 매체 실험을 시도하는 Unsubjected(TRANS)의 기획은 동시대 사회적 이슈로부터 우리의 삶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문화살롱 5120의 “2026 공유시선” 선정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들의 고유한 작업을 통해 각기 다른 관점의 층위에서 오늘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다른 한편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지원자들에게는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진택(독립 큐레이터)
매미와비둘기(최연준, 이현주)
매미와비둘기의 프로젝트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가제)는 한국의 학예 노동 구조에 존재하는 코디네이터라는 직급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해당 일자리가 ‘예비’, ‘연수’, ‘매력 일자리’ 등의 수식어와 종종 함께한다는 점에 천착해 학예 노동을 보조하는 일의 정체를 질문한다. 실제로 한 박물관에서 ‘예비학예인력’으로 일하며 동료로 만나게 된 최연준 기획자와 이현주 작가는 이러한 명칭과 그들이 직장에서 실제로 수행했던 업무를 되돌아보며 이 노동 구조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미래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일련의 질문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투명하게 드러내 공유하는 작업들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불화, 부조화, 부적절함의 감각은 관람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동시대의 위태로운 노동 조건과 그것을 개인의 역량과 노력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인식에 대한 논의로 확장할 수 있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질이라는 식물의 존재에 빗대어 이물적인 감각을 추적하고 있어 자칫 개인적 경험에 제한될 수 있는 내러티브에서 효과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으나 은유가 관람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돕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를 동시대 제도비판의 새로운 양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제도의 부적절함을 감각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투쟁하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상황, 생계와 직결된 조건, 그럼에도 이곳에 갖고 있는 애정,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자세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느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제도비판 작업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판단된다.
베이비부머베이비(김준서, 소성준, 이건민, 이진우)
《파리 올 데이》(가제)는 한국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의 특성을 포착해 변주하는 형식 실험 프로젝트다. 베이비부머베이비는 한국의 거주 공간, 전시가 진행되는 문화살롱 5120의 공간, 아크릴 큐브라는 단위로 형성된 작은 공간을 활용하여 규모 및 세부 구조를 바꾸는 방법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감각하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파트 건물 지하에 있는 문화살롱 5120의 특성을 포착해 공간 내부에서 ‘보는’ 방식에 개입하는 조형물을 제안했다. 지하의 내부에서 지상의 외부를 바라보게 되거나 관람자 자신의 뒷모습을 보게 되는 <잠망경>과 전시장 천장의 배수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증폭하는 <변기 오르간>과 같이 공간 안팎에 존재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을 가시화하는 방법이 이들의 주된 방법론이다. 작가가 거주 중인 빌라 건물을 1/3 규모로 전시장 안에 재현한 <신혼 빌라>를 포함해 베이비부머베이비는 동시대의 주거 공간, 종종 임시변통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시 공간, 그리고 더 넓게는 그러한 공간들로 구성된 동시대의 한국 도시들을 조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러한 공간들 안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며 감각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경쾌한 변주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적 특성에 대한 자각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전시 공간에 방문하는 관람자에게 유희적이면서도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성격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획서의 도입부에 언급한 ‘투명성’과 그에 따른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태도의 추구는 어떠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반영되어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Unsubjected(TRANS)(김민우, 오현택)
《On Body Senses》(가제)는 도시 환경, 안무, 회화 사이를 매개하고 “번역”하는 형식 실험이다. 두 명의 작가, 도시에서 포착한 공간의 조건, 그에 대한 감각을 시각으로 변환하는 등 여러 조건들이 한데 모이게 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김민우의 회화와 오현택의 안무를 모두 “기록”으로 여긴다는 지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작품을 자기 완결의 산물로 보는 대신 여러 조건의 복합물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올바른 조합의 색, 선, 형, 장르, 지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만들기의 핵심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체) 감각 자체에 집중한다.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워크숍은 이러한 방법론의 민주적 성격을 강화하여 전시 및 작품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노원구와 중랑천 인근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에서 출발해 그에 대한 조형적 감각을 도출하려는 시도, 그리고 두 명의 작가와 관람객과 함께 공동창작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예술을 일상 속으로, 반권위적으로 다루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도시 환경, 신체 감각, 회화, 안무라는 요소 중 어떤 점을 가장 우세하게 다루고 싶은 것인지, 두 작가가 채택한 방법론에서 비판적인 문제의식은 어떤 지점에 깃들어 있는지가 전시 공간 안에서 더욱 드러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임서진(독립기획자)
문화살롱 5120 THE SALON
읽기모임-예술탐독
문화살롱 5120 THE SALON
'읽기모임 – 예술탐독'
문화살롱 5120이 예술에 함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읽기 모임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함께 읽을 책은 『갤러리 사운드』 (케일럽 켈리 지음, 배혜정·지가은 옮김) 인데요.
번역자이기도 한 디렉터와 함께 격주로 책을 읽어 나갈 것입니다. 번갈아 가며 책의 일정 부분을 맡아 요약, 발제, 토론하는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요즘 미술에서 부쩍 많아진 사운드 관련 작품과 시각을 넘어선 다른 감각 실험에 대해 궁금하신 분, 예술 서적을 혼자 읽으려니 어렵고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신청방법 | 문화살롱 5120 인스타그램 프로필 링크의 구글 폼을 통해 신청 (현재 신청 마감)
운영방식 | 격주 토요일 오후 5시 (첫 번째 모임 4월 4일 토요일)
모임장소 | 문화살롱 5120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지하 1층)
참여인원 | 8명 (선착순 마감)
* 접수 완료 후 담당자가 개별 연락을 드릴 예정입니다.
*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만큼 3회 이상 불참하시는 경우 모임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
26.04.17-26.05.23
문화살롱 5120 〈공유시선〉 선정 전시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
26.04.17-26.05.23
참여작가 | 매미와비둘기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민동인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 : ‘예비’ + ‘학예’ + ‘노동’
‘학예노동’은 박물관, 미술관, 문화재단 등에서 전시 기획 및 작품 수집・관리・연구・운영 등을 수행하는 일을 뜻한다. 그 앞에 ‘예비’가 더해지면 예비학예노동이 된다. 학예노동은 이같이 예비라 불리는 인력으로 돌아간다. 예비학예노동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기관연수단원’, 한국박물관협회 및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전문인력 및 예비학예인력’, 서울특별시의 ‘매력일자리(구 뉴딜일자리)’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예비학예노동의 명칭은 끝없이 존재한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예비학예노동자는 노동을 수행하지만 ‘진정한 학예노동’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무언가가 되어야만 하는 미래적 존재라 여겨진다. 이러한 내부의 태도는 문화예술계에서 노동을 시작한 이들을 소진시키고 어디에도 마음 두지 못한 채, 계속해서 떠돌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에 관한 내부적 비판이 쉽게 나오지 않은 것은 이들의 ‘예비성’ 때문이다. 예비학예노동자는 ‘예비-’로 인해 학예노동자로서 당사자성을 필연적으로 잃게 된다. 또한 계속해서 변하는 주변 사람과 곧 이곳을 떠날 사람으로 대하는 주변의 태도에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연결은 끊어진 채, 서로를 쉽게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비성을 지닌 예비학예노동자는 연대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이곳에 뿌리 내리지 못했음에도 우리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상상을 위해 자신의 자원을 쏟을 이는 누구일까? 우리는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말뿐인 연대가 아닌 서로의 존재와 마주치며 구질구질하게 함께할 수 있을까? 발전이 아니라 정체를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노동자도 아니고 협상할 대상도 불명확한 이들이 함께 투쟁할 수 있을까? 예비학예노동자는 결국 자신이 속한 구조의 이상함을 발화(發話)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전시공간들은 사회에 대해 첨예한 이야기를 다룸에도 내부 문제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까? 이곳에서 유령처럼 떠돌지 않고 땅에 닿는다는 감각을, 뿌리내린다는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예비학예노동 구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형태의 다음을 떠올릴 수 있을까?
전시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는 ‘예비성’ 이름 아래 쌓아온 질문들을 통해 예비학예노동에 대해 발화하고자 한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보이는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몰래 심은 바질: 사진-텍스트 아카이빙〉(2024-2025)은 예비학예노동 사무실에서 키우던 바질을 ‘이건희 기증관(2028년 완공 예정)’이 세워질 열린송현녹지광장(이하 ‘송현’)에 몰래 심고, 이를 필름사진과 텍스트로 기록한 작업이다. 조선시대 왕족부터 친일파, 삼성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욕망한 송현 땅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업은 예비학예노동의 불안과 바질의 상황이 하나의 레이어로 겹치면서, 예비성을 갖는 두 대상의 동일시를 보인다. 전시는 이러한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상태로 문화예술계를 떠도는 마음을 에세이적으로 다루거나(〈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2025)), 송현에서 훔쳐 온 흙에 바질을 심고(〈송현에서 훔쳐 온 흙과 바질 씨앗〉(2026)), 학예노동의 필수 조건이 된 1.8cm 두께의 석사학위논문으로 균형 잡기 놀이를 하며(〈기획자 최연준의 석사학위논문 「마이클 애셔 작업 연구 장소특정성으로의 전환」〉(2023)), 예비학예노조의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해소되지 못했던 질문을 전시공간에 던진다.(〈(예비)예비학예노동조합〉(2026))
전시는 예비학예노동의 감각과 질문을 드러내고자 ‘전시공간에서 함께 발화하기’를 선택한다. 전시공간은 학예노동의 결과물이 이뤄지는 장소이자, 동시에 학예노동이 소외된 장소이다. 이러한 전시공간에 전시공간을 구축하는 노동과 부산물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이곳에서 소외된 대상, 즉 쉽게 떠들어지지 못했던 대상에게도 발화의 힘이 있음을 보이고자 함에 있다. 그렇게 전시는 예비학예노동자에 대한 발화를 위해 현 상황을 격파하기 위한 뾰족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들의 일터인 전시공간 한가운데에서 ‘구질구질하고 어설프게, 그럼에도 잠깐이나마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가끔 말을 뱉어보다가도 머쓱하게 헤어지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발화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함께 나눈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각자가 지닌 마음을 나눌 때 우리는 일시적으로나마 연결됨을 느낄 것이다. 전시공간 안에서 흐릿하게나마 서로의 존재를 마주하고, 각자의 질문들을 페스토처럼 잘게 빻고, 샌드위치처럼 차곡차곡 쌓으면서 당신이 머무르는 현재의 이상함을 인식하고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보길 제안한다.
어느 예비학예노동자로부터(최연준, 매미와비둘기)
문화살롱 5120 2026 전시공모 ‘공유시선’ 모집
NOTICE

문화살롱 5120
2026 전시공모 ‘공유시선’ 모집
등록일: 2026년 1월 24일
내용:
문화살롱 5120은 동시대 예술을 둘러싼 실천과 담론이 교차하는 공공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전시를 하나의 결과물이 아닌 실험과 협업의 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6년 공모 '공유시선'부터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기존의 작가 중심 전시 공모를 기획 중심 공모로 개편합니다.본 공모는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기획의 문제의식, 리서치 과정, 예술의 형식에 대한 사유에 주목합니다.
● 공모 대상
– 개인 또는 팀
– 전시 기획 경험 유무 무관
※ 작가 개인의 단독(혹은 작가 팀) 지원이 가능하나, ‘작가로서의 개인전 등 제안’이 아닌 기획자적 관점의 전시 제안일 것
※ 만 39세 이하 청년, 노원구 거주 또는 노원 소재 대학 재학 혹은 졸업자 가산점 부여 / 서류제출 필수
● 공모 내용
– 문화살롱 5120에서 실현 가능한 전시 또는 퍼포먼스, 워크숍 등 기획안
– 특정 작가(들)를 포함하거나, 리서치 기반의 오픈형 기획 모두 가능
– 매체, 형식, 장르 제한 없음
● 선정 규모 및 지원 내용
– 선정 팀 수: 총 3팀
– 지원 내용:
① 지원금 400만원 이내(기획에 따른 예산의 타당성에 따라 검토, 협의 하에 지급)
② 문화살롱 5120 공간 지원(전시 기간 4주 이상)
③ 기획 발전을 위한 멘토링 워크숍(2~3월 중 2회 예정, 참여 필수)
④ 홍보 및 기록 지원(문화살롱 5120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등)
● 전시 일정 – 2026년 3월 ~ 9월 중 협의
● 지원 방법 – 구글 폼으로 전시 기획서(PDF)와 함께 자유 형식의 포트폴리오, 이력서 및 소개서(PDF) 제출
(구글 폼 링크: https://forms.gle/kNHoo2jxk8LC9AkR8)
● 제출 자료
– 전시 기획서(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포함)
(기획서 양식 링크: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00xXFMRMTjkePjuUb_4tVG8Jiu2C4WVx?usp=sharing)
– 기획자(팀) 소개 및 이력(포트폴리오 등 자유 형식, 20매 이내)
● 심사 기준
– 전시 기획의 문제의식과 동시대성
– 기획자의 리서치 깊이 및 사고의 명확성
– 형식에 대한 실험성 및 설득력
– 문화살롱 5120 공간에 대한 이해도
– 실현 가능성
● 공모 일정
– 공모 접수: 2026년 1월 20일 (화) – 1월 27일 (화)
– 1차 서류 심사 발표: 2월 3일 (예정)
– 인터뷰 심사: 2월 3일~7일 중(서류 심사 통과자에 한하여 일정 등 개별 공지)
– 최종 선정 발표: 2월 10일(예정)
● 문의
– 이메일: culturesalon5120@gmail.com
* 기타 사항
① 선정 이후 표절 및 기타 전시 진행 불가 사유 발생 시 선정 및 전시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② 전시 설치 및 철수 기간은 문화살롱 5120과 협의 후 결정하며, 운영시간(화-토, 10:00~19:00)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밀한 대화≫
25.11.07-25.12.27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친밀한 대화》
25.11.07-25.12.27
참여작가 | 윤정민×하성욱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하성욱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친밀한 대화의 꽃은 언제 피어날까
이 전시장엔 두 겹의 대화가 있다. 조각에 접근하는 방식도, 사용하는 주재료도 다른 윤정민과 하성욱의 대화가 그 첫 번째 겹이다. 둘은 긴 시간 서로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조각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다름을 발견하고, 삶을 대하는 공통적인 태도 역시 인식해 왔다. 세월이 남긴 여러 변화 이후, 두 작가는 이번 전시로 다시금 마주하여 대화를 통해 작업의 시작점을 톺아보기로 한다. 다만, 이 둘의 대화엔 또 다른 한 겹의 대화가 전제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함께한 만큼 각자의 재료와 오래도록 나누었던 대화이다. 두 작가는 저마다의 인연으로 만난 재료와 호흡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 대화의 기록을 이곳에 풀어놓는다.
윤정민은 철과 대화한다. 초기에 작가는 드로잉한 인물의 외곽선을 용접한 철로 구현했다. 선적인 요소로 활용되었던 철은 작가 스스로 한계를 맞닥뜨린 이후 철판 자체에 주목하면서 그 쓰임에 변화를 겪는다. 그렇게 선에 의지하던 조각은 면으로 확장되고, 작가는 철판을 단조하기 시작하며 철의 물성과 본격적으로 대면한다. 단조를 통해 작가는 마치 수묵화의 농담처럼 평면적인 철판의 굵기를 조절하고, 기존에 조각 내부를 채우던 석고와 한지의 우둘투둘한 표면을 철판 위 흔적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특히 드로잉 기반이 아닌 이번 신작에선 자른 후 남은 철판을 단조하고 이어 붙여 조각의 우연성을 극대화한다. 이 우연성은 인물의 표정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눈·코·입을 직접 뚫어 불로 달군 후 단조하는 공정은 표정을 한층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자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지는 여백을 자아낸다.
하성욱은 가죽과 대화한다. 생계를 위한 연구의 대상이었던 가죽은 작가에게 물질 이면에서 작동하는 은폐된 사회 구조와 인식 및 가치 판단 체계를 일깨우며 주요한 소재로 떠오른다. 가죽 가공 과정 중 상품성이 충분한 외피 이외에 버려지는 내피와 자투리 표면은 작품의 몸체가 되는데, 그 외형은 인공물과 자연물의 구조 너머에 있는 상상력에 의존하며 구체적인 대상의 지시를 유보한다. 결국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견고한 몸체를 획득한 폐가죽은 연약한 물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에 의한 상징과 소비의 맥락에서 벗어나 어엿하게 공간의 부피를 차지한다. 더불어 이 견고함은 폐가죽 덩어리를 깎아낸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낮은 내구성의 폐가죽을 지층처럼 켜켜이 쌓고 그 표면을 깎아 만든 조각은 높은 밀도를 구축하며 또 다른 차원의 존재 방식을 증명한다.
이처럼 두 작가는 서로의 재료와 기나긴 대화를 나눈다. 몸을 쓰며 나눈 이 대화는 둘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현실 속 왁자지껄한 대화로,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친밀한 대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윤정민은 철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다루지만 마치 드로잉하듯 조각하고, 하성욱은 폐가죽이라는 유연한 재료를 다루지만 견고한 질서를 바탕으로 조각한다. 이때, 둘은 함께 물질과 고군분투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존재하는 다름 역시 소중히 여길 때. 친밀한 대화의 꽃은 어쩌면 그 순간에 피어날지도 모른다.
강현규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문화살롱 5120 노원구 청년주간 기획전 남다현 개인전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참여작가 | 남다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남다현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별 공지
안녕하세요, 청구 3차 입주자 여러분! 입주자대표 권태현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장을 하러 오는 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개별적인 세대 방문이 너무도 빈번하여 관리사무소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106동 507호를 임시 견본 주택으로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입주 세대에서는 개별 외부인 방문을 지양하고, 견본 주택 방문을 권장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8년은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최근 전국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에도 우리 청구 3차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실상부 강북 최고의 학군지인 은행사거리의 위상이 건재하고, 그 중심에 우리 청구 3차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권 변화를 비롯하여 부동산 정책의 불안정성이 종식된 것은 아니기에 결코 방심할 수 없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 추진, 장기적인 재건축 마스터플랜 수립 등 다방면에서 청구 3차 아파트의 가치와 입주자 여러분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입주자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견본 주택 프로젝트는 다현 건설과 협업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 다현 건설과 협업을 하게된 다양한 연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현 건설의 남다현 대표가 우리 청구 3차의 주민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남다현 대표는 그 당시 노원구 아파트의 주거 양식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시기 노원구 생활을 정리하고 타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기억의 분기점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기점 없는 일상적인 시공간의 연속선 상에서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일과 어떤 사건을 통해 각인된 이미지를 불러오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됩니다. 비디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같은 곳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은 기억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곳이더라도 시차를 가지고 돌아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지요.
남다현은 무언가 복제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이나 장소, 이미지를 복제할 때도 있고 최근에는 미술사적 대상을 복제하기도 합니다. 남다현의 복제 작업은 무언가를 정교하게 복제해 내지 않습니다. 원본과 차이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죠. 그러면서도 무엇을 복제한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선은 절묘하게 지킵니다. 조금만 자세히 살피면 바로 티가 나는 이상한 유사성이 남다현의 작업이 가진 힘입니다. 뒤샹식 레디메이드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개념인 앵프라맹스(Inframince)와는 다르게 작동하는 수프라맹스(Supramince) 같은 말을 만들어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Infra-thin’ 정도로 번역되는 앵프라맹스는 감각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뒤샹의 앵프라맹스가 차이의 미세함과 인지 (불)가능성의 문제라면, 남다현의 수프라맹스는 그 차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더 벌리고, 관객이 그 간극을 명확히 인지하게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미학, 비판, 유머가 뒤섞인 무언가일 것입니다.
청구 3차 106동 507호는 동시대의 일상적인 사물도 역사적인 대상도 아닌, 기억의 대상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이곳은 남다현이 그 당시에 두고 온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이 과거의 사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노원구 주민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 물건을 정말로 되찾지 않고 엉성하게 다시 만들어내는 형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다시 만든 사물들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때로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 끼어들 때도 있죠. 기억에서도 수프라맹스와 같은 것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청구 3차 아파트의 106동은 506호까지만 존재합니다. 2008년과 2025년의 간극에서 무엇이 발견되는지가 오히려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과 지금 사이의 틈을 만들어내는 실천으로서의 기억하기, 그리고 반복하기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 노원구의 한 생활 공간을 현재 노원구의 한 전시 공간에 손수 복제하는 남다현의 작업은 역사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격하시키는 일이 아니라, 얼룩과 열화를 통해 지난 시간이 불려 오는 지금 여기의 구조를 돌아보는 작업이 됩니다. 과거의 사물을 다시 만드는 작업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실된 것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껍질만 남은 격하된 사물, 열화된 기억의 얼룩 같은 것을 통해 지금을, 또 여기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을 떠올립니다. 모쪼록 특별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2일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권태현 배상
≪FLASHGAME≫
25.07.25-25.09.06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FLASHGAME》
25.07.25-25.09.06
참여작가 | 임성빈×심정우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심정우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각자 유희한 이미지, 함께 던진 물음
이미지의 파도는 어디까지 범람했는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전자기기의 보급은 언제 어디서나 이미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모두에게 이미지를 제작하는 생산자의 자격을 부여하며 서로를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기존의 이미지를 빨아들이고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실재와 분간이 어려운 이미지부터 이와 전혀 무관한 이미지까지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했던 시뮬라크르, 즉 이미지의 세계는 이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러나, 이로 인한 현실의 파멸을 우려했던 그의 예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번 전시 《FLASHGAME》에서 임성빈과 심정우는 빠른 속도로 곁에 머물다 사라지는 이미지와 ‘게임’하듯 유희하며 이 예언에 대한 작금의 응답을 제시한다.
임성빈은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본래의 맥락으로부터 탈피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캡처 혹은 다운로드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를 자르거나 확대한 뒤 의자나 타일과 같은 지지체에 래핑한다. 이때 변형된 이미지는 원본으로부터 멀어지며 엉성한 실체에 덧입혀지는데, 그 결과 이미지와 물리적 실체 사이에는 어긋남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균열은 곧 상상력과 인지적 유사성에 의해 메워지고 얹혀 있던 이미지는 언제든 다른 의미로 전환될 가능성을 확보한다.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처럼 그의 작업 속 이미지는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여기로 유연하게 이동한다. 또한 경험과 대상에서 얻은 인상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일련의 과정은 현재의 이미지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 임성빈의 오브제 제작 어법은 대상을 형태와 질감, 두 가지로 인지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흡사하며, 이는 현실과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에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심정우는 여행 중 마주한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평면과 입체의 이미지로 복원한다. 교토와 잘츠부르크 여행지에서 목격한 기념품과 인형, 성당 등은 순간적으로 특정한 느낌과 서사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를 이미지로 치환하는데, 단순한 변환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계속 덧붙이며 그 층위를 두텁게 만든다. 포착한 대상의 이미지 중 일부 형태를 다른 이미지와 결합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기억 속 대상이 또 다른 이미지와 뒤섞이는 순간과 의미가 중첩되는 현상을 은유한다. 결국 이미지가 온전히 현실과 맞닿아있지 않은 채 존재하는 모습은 실재와 가상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디지털 이미지로 가상화된 실재는 중첩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가상화를 거치며 심정우의 작업은 실재와 가상 그 어느 곳에도 놓이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다시 보드리야르의 예언으로 돌아가 보자. 현실의 소멸, 더 정확히 말해 현실의 가상화는 진정 경험과 기억이 숨 쉬는 실재를 폐허로 만들었는가? 두 작가는 거대한 이미지 세계와 만나는 찰나의 시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희하면서도 현실을 놓치지 않는 듯하다. 재구성된 기억과 경험을 납작하게 혹은 두텁게 만들며 그저 이 순간 벌어지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즐길 뿐이다. 그렇게 임성빈과 심정우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상 속 당신이 어떤 ‘플래시게임’을 펼칠지 지켜본다.
강현규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채용 공고
NOTICE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채용 공고
등록일: 2025년 06월 11일
문화살롱 5120은 청년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을 위한 활동을 제공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을 위한 문화향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시, 워크숍, 공모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1. 선발인원
– 코디네이터 / 1명
2. 업무내용
– 전시 기획 및 진행(공모전, 기획전)
–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관람객 안내 및 공간 관리
– 행정 업무
3. 핵심역량
– 소통 및 공감 역량
– 기획력 및 실행력
– 행정 업무 능숙도
4. 근무조건
– 근무시간 : 주 40시간 근무(화~토 주5일, 1일 8시간 근무, 10:00~19:00)
– 보 수 : 서울시 생활임금 준용(세전 월 250만)
– 계약기간 : 2025.7.1.~2025.12.31.(근무 평가에 따라 연장 계약 가능)
* 비고: 위탁기관인 단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계약
– 근무장소 :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문화살롱 5120)
– 기 타 : 4대보험 의무가입, 근로 기간에 따른 연차 제공 및 근로기준법 준수
5. 응시자격
– 지원자격 : 만 19세 이상
– 우대사항
· 지역 거점 사업 특성상, 노원구 및 인근 거주자
· 청년 사업 특성상 청년 인재(만19~39세)
· 문화예술관련 근무 경험이 있는 자
· 디자인 또는 SNS활용 능력 우수자
· 행정 업무 경력이 있는 자
6. 채용일정
1) 공고기간 : 2025. 6. 11. (수) – 6. 18. (수)
2) 서류전형
– 지원서 접수 기간 : 2025. 6. 11. (수) ~ 6. 18 (수)
– 제출서류(1차 서류전형) : 응시 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개인정보동의서 각 1부(첨부파일 참고)
– 제출방법 : 기간내 이메일(hyejeongbae@naver.com) 접수
– 서류심사발표 : 6. 19. (목)
* 서류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연락
* 응시인원이 3배수 미달인 경우, 미달 인원으로 진행하며 모집인원과 응시인원이 동일하거나 미달될 시 재공고.
3) 면접 전형
– 면접 일정 : 2025. 6. 20. (금) 10:00 예정
– 면접 장소 : 문화살롱 5120(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 문화살롱 5120)
4) 합격자발표
– 발표 예정일 : 2025. 6. 23.(월)
* 합격자통보(개별연락)
7. 유의사항
– 본 시험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변경사항은 별도 공고함.
– 접수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 문의: 이메일 hyejeongbae@naver.com
≪바람의 이동 경로 : Tracing the Wishes≫
25.6.6–25.6.15
제2회 노원현대예술제
《바람의 이동 경로 : Tracing the Wishes》
25.06.06-25.06.15
장소 | 경춘선 숲길 일대
참여 작가 | 곽인탄, 남다현, 아터스, 이세준, 자율랩, 장시재, 최형준, 09콜렉티브
주최 | 노원구청
주관 | 문화살롱 5120
‘LOLOLO 현대예술제’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노원현대예술제는 올해 《바람의 이동 경로》라는 주제로 청년 예술가 8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바람은 삶과 도시의 틈 사이를 채우며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예술 또한 그러합니다. 따라서 이번 예술제의 작품들은 그러한 바람의 두 층위에 관한 상호 번역입니다.
장시재의 <소극적 진동>이 공간을 지나는 바람의 흐름을 하얀 물결로 가시화한다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속공예디자인학과 학회 아터스는 바람과 햇살을 투명한 조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렇게 가시화된 바람은 연결을 발생시킵니다. 주변 사람들과 SNS를 통해 주고받은 사진에 담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세준의 <먼 곳에서 들리는 노래>는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이거나 분리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그림이자 조각입니다. 또한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일상적인 채소인 감자를 나누는 09콜렉티브 <ONE FREE POTATO>를 통해 시민들의 기억과 감정을 나누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연결이라는 관계성은 다른 작가들의 작업에서도 이어집니다. 타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인식하는 놀이의 장을 만드는 자율랩의 작업과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는 행위의 과정을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향유의 장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최형준의 <야외 설치형 이젤2>에서 만들어진 관계의 바람은 쓰임을 다한 옛 경춘선 철로의 흔적을 따라 흐르며, 경계를 가로지릅니다. 이러한 바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합니다. 경춘선 숲길 공원은 과거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산책자들이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곽인탄은 놀이와 상상을 담은 자극 조각들을 연결한 <조각 열차>를 통해 더 이상 쓰지 않는 철길에서 일상의 휴식을 선사하고, 남다현은 도시의 재개발 현장에서 나온 페인트통과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여 철거된 ‘신공덕역’의 간판을 재현함으로써 장소의 기억과 과거를 환기시킵니다.
분명한 경로를 따라 흐르며, 삶의 구조와 세계의 결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처럼 예술은 변화하는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하며 제안하는 열린 형태입니다. 따라서 노원현대예술제는 단지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예술제가 놓인 환경과 함께 호흡하고자 합니다. 이때 예술은 동행의 형식이자 하나의 ‘경로’가 됩니다. 예술과 삶이 만나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남을 이동 경로를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