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2026년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 결과 및 심사평

등록일: 2026년 5월 15일

선정팀: 매미와비둘기, 베이비부머베이비, Unsubjected(TRANS)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공유시선’은 이번 공모를 맞아 기획 중심 공모로 방향의 전환을 꾀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예팀에게 예술이란 무엇인지, 전시란 무엇인지, 기획이란 무엇인지, 시작하는 예술인을 위한 기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여러 질문을 마주하고 검토하는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지원해주신 99팀 모두에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번 공모에서 선정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여러분의 실력 등에 따른 우열의 문제가 아님을 아쉬운 마음에 앞서 기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정된 세 팀의 기획은 앞서 언급한 학예팀의 고민과 문화살롱 5120이라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드는 공공 지원 공간이라는 성격과 관련되어 저마다 의미하는 바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미와비둘기는 예비학예노동을 문제삼습니다. 예비학예노동은 상위 범주에서는 공적 부조로 운영되는 일자리 지원 제도의 하나이자 한 세대 이상 문화예술계에서 상당한 노동의 비율을 감당해 왔습니다. 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떠나 이 제도를 통하여 해당 세계에 진입하고 노동하는 일은 비정규직으로써 조직에 제한적으로 관여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쓰디쓴 경험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베이비부머베이비는 청년의 삶, 주거, 동시대 미술제도의 문제를 과감히 토해 놓습니다. Unsubjected(TRANS)는 안무가와 화가의 조합으로 몸과 그리기가 어떻게 지역과 삶과 관계 맺을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올 한 해 문화살롱 5120의 전시를 만들어 갑니다. 이들의 화두가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심사위원의 총평과 선정팀에 대한 심사평을 아래 함께 싣습니다. 문화살롱 5120의 고민과 향후 프로그램의 방향에 귀한 마음을 써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배혜정(문화살롱 5120 디렉터)

 

기획의 형식을 기준해 진행된 공모의 틀에 따라 작가 개인의 그것보다 한층 더 확장된 차원에서의 미적 담론으로 귀결하는 지원자들의 제안을 보는 일은 선정의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예술계에 만연한 노동의 문제를 전면화하는 매미와비둘기, 급변하는 도시 환경의 조건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 베이비부머베이비, 그리고 신체 감각의 맥락에서 개인 기억의 체험에 관한 매체 실험을 시도하는 Unsubjected(TRANS)의 기획은 동시대 사회적 이슈로부터 우리의 삶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문화살롱 5120의 “2026 공유시선” 선정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들의 고유한 작업을 통해 각기 다른 관점의 층위에서 오늘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다른 한편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지원자들에게는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진택(독립 큐레이터)

 

매미와비둘기(최연준, 이현주)
매미와비둘기의 프로젝트 《바질페스토 (노동) 샌드위치》(가제)는 한국의 학예 노동 구조에 존재하는 코디네이터라는 직급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해당 일자리가 ‘예비’, ‘연수’, ‘매력 일자리’ 등의 수식어와 종종 함께한다는 점에 천착해 학예 노동을 보조하는 일의 정체를 질문한다. 실제로 한 박물관에서 ‘예비학예인력’으로 일하며 동료로 만나게 된 최연준 기획자와 이현주 작가는 이러한 명칭과 그들이 직장에서 실제로 수행했던 업무를 되돌아보며 이 노동 구조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미래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일련의 질문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투명하게 드러내 공유하는 작업들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불화, 부조화, 부적절함의 감각은 관람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동시대의 위태로운 노동 조건과 그것을 개인의 역량과 노력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인식에 대한 논의로 확장할 수 있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바질이라는 식물의 존재에 빗대어 이물적인 감각을 추적하고 있어 자칫 개인적 경험에 제한될 수 있는 내러티브에서 효과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으나 은유가 관람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돕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를 동시대 제도비판의 새로운 양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제도의 부적절함을 감각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투쟁하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상황, 생계와 직결된 조건, 그럼에도 이곳에 갖고 있는 애정,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자세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느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제도비판 작업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판단된다.

베이비부머베이비(김준서, 소성준, 이건민, 이진우)
《파리 올 데이》(가제)는 한국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의 특성을 포착해 변주하는 형식 실험 프로젝트다. 베이비부머베이비는 한국의 거주 공간, 전시가 진행되는 문화살롱 5120의 공간, 아크릴 큐브라는 단위로 형성된 작은 공간을 활용하여 규모 및 세부 구조를 바꾸는 방법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감각하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파트 건물 지하에 있는 문화살롱 5120의 특성을 포착해 공간 내부에서 ‘보는’ 방식에 개입하는 조형물을 제안했다. 지하의 내부에서 지상의 외부를 바라보게 되거나 관람자 자신의 뒷모습을 보게 되는 <잠망경>과 전시장 천장의 배수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증폭하는 <변기 오르간>과 같이 공간 안팎에 존재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을 가시화하는 방법이 이들의 주된 방법론이다. 작가가 거주 중인 빌라 건물을 1/3 규모로 전시장 안에 재현한 <신혼 빌라>를 포함해 베이비부머베이비는 동시대의 주거 공간, 종종 임시변통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시 공간, 그리고 더 넓게는 그러한 공간들로 구성된 동시대의 한국 도시들을 조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러한 공간들 안에서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며 감각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경쾌한 변주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적 특성에 대한 자각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전시 공간에 방문하는 관람자에게 유희적이면서도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성격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획서의 도입부에 언급한 ‘투명성’과 그에 따른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태도의 추구는 어떠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반영되어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Unsubjected(TRANS)(김민우, 오현택)
《On Body Senses》(가제)는 도시 환경, 안무, 회화 사이를 매개하고 “번역”하는 형식 실험이다. 두 명의 작가, 도시에서 포착한 공간의 조건, 그에 대한 감각을 시각으로 변환하는 등 여러 조건들이 한데 모이게 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김민우의 회화와 오현택의 안무를 모두 “기록”으로 여긴다는 지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작품을 자기 완결의 산물로 보는 대신 여러 조건의 복합물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따라서 올바른 조합의 색, 선, 형, 장르, 지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만들기의 핵심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체) 감각 자체에 집중한다.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워크숍은 이러한 방법론의 민주적 성격을 강화하여 전시 및 작품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노원구와 중랑천 인근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에서 출발해 그에 대한 조형적 감각을 도출하려는 시도, 그리고 두 명의 작가와 관람객과 함께 공동창작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예술을 일상 속으로, 반권위적으로 다루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도시 환경, 신체 감각, 회화, 안무라는 요소 중 어떤 점을 가장 우세하게 다루고 싶은 것인지, 두 작가가 채택한 방법론에서 비판적인 문제의식은 어떤 지점에 깃들어 있는지가 전시 공간 안에서 더욱 드러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임서진(독립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