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애’ 는 새로운 시각의, 또 다른 예술의 ‘독특한 오브제’ 다.
김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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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단순한 용어가 아니고 하나의 문화이다.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하며 같은 것을 보고 있더라도 전혀 다른 관점과 의식으로 전혀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이것이 장애예술인이 갖는 특성이고 수월성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에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장애로 정의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장애유형을 3개의 대분류(신체 외부 장애, 신체 내부장애, 정신적 장애)와 15개의 소분류로 나누고 있다. 이는 좀 더 체계적이고 맞춤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예술은 예술 자체보다 복지 차원의 장애라는 점이 부각되어 ‘장애인들이 예술을 잘할 수 있나? 장애인 치곤 잘했네’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예술정책 현장에서 장애와 예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생동감 있는 움직임은 기존 예술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장애’라는 주제가 품고 있는 소수자성과, ‘장애가 있어 못하는 것이 아닌, 장애가 있기에 가능한’ 도전의식, 창의성, 다양성 등이 동시대 예술의 미학적, 정치적, 사회적 흐름과 만나 ‘장애예술’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애’의 결핍이 ‘예술’과 만나 세상과 소통할 때
‘장애예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또 다른 ‘예술언어’가 된다.
‘장애예술’은 문화 다양성과 포용적 예술에 기반하여 새로운 ‘예술언어’로 사회에 다양성과 평등의 실천, 실행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현장에서 장애예술인들이 성장하고 잠재력을 발산하고 국내 장애예술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개념이다.
현존하는 예술 영역에 새롭게 등장한 ‘장애예술’은 아직 사전적 정의나 철학적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애예술’이라는 새로운 길을 통해 장애예술인이 온전한 예술인으로 자립하고, 자아실현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면 장애는 없다’
2020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공간 조성 및 접근성 확대를 위해 장애예술인 창작거점 공연장 조성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2023년 10월 24일 국내·외 최초로 높은 수준의 접근성을 갖춘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하였다.
모두예술극장은 창작 및 향유 접근성을 갖춘 공간이자, 예술적 가능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지원하는 열린 공간이다. 운영시설로는 공연장(250석), 창작공간(연습실 2개소, 스튜디오 1개소), 관객 휴식공간, 분장실, 장애인 화장실 등이 있으며, 공연장, 연습실, 창작 스튜디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정기·수시 대관하여 장애예술인(단체)의 창작·발표·교류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공연장 및 창작공간을 중심으로 장애예술 창작 활성화 거점공간 운영,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장애 예술의 활성화 및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포용적 문화공간 활용, 작품 및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모두예술극장의 정체성 확립, 국내·외 우수 장애예술작품 프로그래밍 및 창작지원 서비스 구축, 공연사업, 무대 기술 및 접근성 서비스 등 운영 체계 안정화, 장애‧비장애 예술가 협업공간 및 소통의 장(場) 구성, 관객 개발 프로그램 및 신규 관객층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연 예매 접근성 지원으로는 네이버 톡톡/카카오톡 오픈채팅 1:1 문자 예매, 실시간 전화 중계를 통한 수어 예매, 음성통화 예매 등을 지원하며, 관객 선택형 배리어프리 회차 운영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개방형/폐쇄형 자막 해설(문자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 및 개방형/폐쇄형 음성해설, 음성 소개, 터치 투어, 발달장애인을 위한 릴렉스드 퍼포먼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접근성 매니저 지원의 측면에서는 직통 연결을 통한 접근성 서비스 신청, 공연장 및 공연 접근성 안내 지원(문자, 정보 영상 제공), 장애유형별 인적 지원 서비스(이동, 소통 지원) 등을 제공한다.
최근 최중증 장애인이 모두예술극장을 방문하여 남긴 말 중에 ‘그동안 이런 서비스를 받아 본 적은 처음’이라며 ‘다른 공연장을 가려면 사전에 전화해서 접근성에 대해 물어보고 도착해서도 10가지 이상의 불편함을 겪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는데, 모두예술극장에서는 10가지의 불편함이 2개로 줄었고, 그 2개의 불편함마저도 접근성 매니저들이 해결해 줬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환경이 바뀌면 장애는 없다.
장애 유형별 물리적·정서적 접근성 현황
모두예술극장은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인 표준 공연장으로, 모든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창작 활동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장애 유형별로 다양한 접근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공통 편의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 7번 출구가 공연장 지하 2층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 내부 승강기에서는 층별 점자 안내 및 음성 안내가 제공되며 낮은 높이의 버튼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픽업 서비스를 사전에 예약하면 접근성 매니저가 미리 도착 지점으로 나가 안내한다.
이동 약자의 활동 측면을 고려하여 건물 바닥의 높낮이 차를 없애고 전면 평면으로 조성하였으며, 엘리베이터로 모든 층을 이동할 수 있다. 편의 시설로는 이용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릴렉스 라운지와 남녀 장애인 화장실 및 다목적 가족 화장실, 수유실이 있다. 공연장 무대의 상하수1) 자막 모니터, 분장실의 자동 출입문, 그리고 휠체어 충전기(거치식 충전기 4개/이동식 어댑터 10개) 또한 이용이 가능하다.
– 휠체어 장애인
지하철 이용 시 충정로역 8번 출구 맞은편 엘리베이터에서 공연장까지 무단차로 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하차문은 애오개 방면 3-1, 서대문 방면 6-1이다. 엘리베이터 1호기에 탑승하여 B1층 대합실로 올라온 뒤, 개찰구를 나와 8번 출구로 이동하여 엘리베이터 2호기를 이용하면 지상으로 나갈 수 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시 모두예술극장 건물 초입에서 하차하면 턱이 없는 평면 도로가 건물까지 이어져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다. 자가용 이용 시 주차장 입구는 건물 뒤편에 있으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지하 2층에 6면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리면 모두예술극장에 도착한다.
건물의 입구는 수평 접근이 가능한 자동 출입문이며, 공연장 로비에서 외부로 향하는 대피로 또한 단차가 없다. 휠체어 이용자의 높이에 맞춘 낮은 매표소 및 안내 데스크는 물론이고, 공연장 조정실 또한 무단차로 설계되어 있다. 공연장 내에는 경사로를, 분장실 안에는 장애인 화장실을, 샤워실에는 샤워 의자를 설치하여 쾌적한 공연 관람 및 창작 환경을 조성하였다.
–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의 경우, 건물 출입구의 촉지도식 안내판 및 음성 안내를 통해 건물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공연장 내에는 점자블록 및 안전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안내견 동반 휴식공간과 폐쇄형 음성해설 수신기(50대) 또한 준비되어 있다.
– 청각장애인
매표소에 히어링 루프 시스템을 설치하고 수어통역사와 함께 응대 카드 및 패드를 비치하여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한 문자 안내 방송 시스템(연습실 3대/분장실 4대)과 조명을 활용한 시각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1) 상수와 하수는 무대 용어이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볼 때 오른쪽을 상수, 왼쪽을 하수라고 부른다.
김형희
최고의 무용수를 꿈꾸던 대학시절, 교통사고로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30여 년 동안 화가로 활동, 임상미술치료사, 기획자, 강연자 등 꿈과 희망, 도전을 전하는 멀티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