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vol1-2

문학 공모

시 당선작

표류

임혜리


누군가 지나는 길목에
청설모가 둥지를 틀었다

경적을 먹고 자라는 새끼들

경유가 목적인 삶도 있다

보청기를 두고 간 할아버지의
마지막 행적은 정류장이었다

마음을 내보이지 못했더니
모든 세계가 나를 지나쳤다

상하이는 적막했다

빈 의자가 있어도
아무도 내게 앉으라 하지 않았다

상처를 놓아두는 비행을 연습해도
마음은 자라지 않았다

둥지를 떠난 청설모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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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의 글

발간의 글

웹진 놀 편집부


웹진 ‘놀’ 발간에 부쳐

웹진 ‘놀’은 지난 2023년 6월 5일 개관한 문화살롱 5120이 펴내는 예술종합잡지로 반년간 발행됩니다. 이번 창간호에는 원고 공모를 함께 진행하였는데요. 이처럼 매년 상반기에는 기획 원고 중심의 문화예술종합지로, 하반기에는 원고 공모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문화살롱 5120은 노원구가 청년 예술인을 발굴, 지원, 육성하며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 아래 개관하였습니다. 그러한 만큼 ‘놀’은 시작하는 청년 예술가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시작하는 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창작 환경 조성, 창작 예술품 공표 기회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놀’이 목표로 하는 것은 신진 작가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것과 문화계의 담론 생성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놀’ 창간호는 공모 세션과 기획 세션으로 나누어 준비했습니다. 공모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존의 공모에는 소설, 시와 같은 문학 장르별 구분이라던가 픽션, 논픽션과 같은 보다 상위의 구분 등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놀’은 장르 구분에 연연하지 않고, 글쓰기에서의 잠재 영역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투고해 주신 시, 소설, 예술 비평,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고는 저희 ‘놀’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쉽게 공모에 당선되지 않은 투고자분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전합니다.

기획 세션의 필진으로는 철학자 허경, 미술평론가 이연숙(리타), 작가 윤혜은이 참여했습니다. 디렉터와 두 프로그램 매니저, 코디네이터로 구성된 웹진 기획팀은 담론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필진 구성은 문화예술 현장을 또 다른 관점과 사유 속에서 다채로운 논의를 담아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그에 따라 글의 주제에 있어서도 특별한 제한 또는 제안 없이 열린 주제로 써 주시기를 부탁드렸고, 글의 내용에 있어서도 필자의 글에 대한 최소한의 교정, 교열만을 거쳐 실었습니다. 따라서 ‘놀’의 창간호에 실린 원고는 각 필자의 주제와 논조를 편집진의 개입 없이 그대로 실은 것임을 밝힙니다.

예술은 언제나 인류와 함께였습니다. 힘든 시기에도 예술가들은 다채로운 형상과 내용으로 시대를 노래하고 그려냈지요. ‘놀’은, 그리고 문화살롱 5120은 이러한 예술의 힘을 믿습니다. 저희의 행보를 편견 없이 그러나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아 주시고 참견해주시고 그럼에도 애정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3년 다시 추워지는 겨울에
문화살롱 5120 디렉터 배혜정

따스한 여정

문화살롱 5120에서 웹진 <놀>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기쁩니다. 글을 기고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이 첫걸음, 마치 말과 생각이 서로의 손을 잡고 춤추는 듯합니다. 웹진 <놀>은 예술, 문학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웹진을 기획하며 저에게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고민이나 생각이 비대해질 때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림자를 밝혀내듯 손끝에서 타닥타닥 튀는 불씨처럼 글을 토해냅니다. 퇴고를 거쳐 그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가라앉고 온기가 저를 감싸 안을 때, 글쓰기의 마법이 진정한 따스함을 안겨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글은 저마다의 따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웹진 <놀>은 필진 분들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글을 토렴하듯, 온기를 담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특별한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진을 통해 찾아올 따뜻한 감성과 소소한 위로가 여러분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프로그램 매니저 홍해준

새로운 마음으로 ‘놀’ 준비

문화살롱 5120이라는 공간이 열리고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지 어언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공트럴파크’ 산책로 중간 어딘가쯤에 있는 이곳에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의 첫 마디는 항상 같습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공간을 둘러보고 난 후의 표정들 속에는 익숙한 길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다는 신기함과 일상생활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술을 경험한 데에서 오는 기쁨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공간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새로움뿐 아니라, 물리적 한계를 넘어 웹상에서도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웹진을 기획하였습니다. ‘새로움’의 사전적 정의인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전과 달리 생생하고 산뜻한’ 마음이 여실히 담긴 두 청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며 웹진 <놀>을 시작합니다. 말이 생각을 지나 정제된 단어와 문장으로 정돈되어 유려한 글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들은 늘 짜릿함을 안겨줍니다. 임혜리, 장아연 두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문체로 읽는 내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언어의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필진 세 분의 기획원고를 통해 청년 예술인으로서의 고민과 그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동시에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매일의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경춘선숲길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나갈 웹진 <놀>을 기대해주세요.

프로그램 매니저 송수빈

시작하는 이야기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웹진을 준비하면서 리베카 솔닛의 문장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원고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우리가 각자 고독했지만 줄곧 연결되어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맥도날드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뿐하게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과제거나 결재서류거나 메일이거나, 전혀 다른 무엇이어도 우리는 참 많은 걸 쓰면서 사는구나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쓰는 만큼 읽는 사람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타인의 문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려 애쓰는 그 수고로운 행위를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원고를 읽으면서 문장 너머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코디네이터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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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모

소설 당선작

너는 겨울잠을 잔다

장아연

마지막 사연입니다. 펭귄님이 보내셨네요. 하하, 이것 참. 아무리 제 팬이셔도 그렇지, 이름까지 따라 하시면 됩니까?
펭돌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이제 욕조 안엔 온통 솜뿐이었다. 려아는 없었다. 그 애는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짐을 챙겨 떠났으니까. 머릿속엔 온통 활짝 웃으며 머리카락을 살랑이던 려아의 모습뿐이었다. 그날도 려아는 발목을 덮는 검정 원피스를 입었고, 단화를 신었다. 려아에게서 시원한 민트 향이 풍겼다. 나를 설레게 했던 모습 그대로 찾아와 려아는 작별을 고했다. 우린 이별하는 게 아니야, 잠시만. 잠시만 떨어지는 거야. 난 돌아올 거니까. 정말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저는 3년째 애인과 동거하던 사람입니다.
나는 가만히 욕조를 바라보다 움찔했다. 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 펭돌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잠을 자고 싶었어요. 겨울잠을요.
겨울잠, 그 단어를 듣자마자 심장이 요동쳤다. 나도 모르게 방송을 꺼버렸다. 려아였다. 그건 려아가 분명했다.
려아는 취직하고 난 뒤 매일 같이 야근을 일삼았다. 나는 려아가 땀에 푹 젖은 블라우스를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면 뒤처리를 했다. 려아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고 싶어, 최소한으로 입을 벌려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묻기도 전에 려아는 내 목덜미를 감싸고 키스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려아의 혀가 내 어금니를 쓸었다. 려아는 늘 이런 식이었다. 상대방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키스로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
왜 인간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거야? 왜, 대체 왜…….
려아는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 나는 려아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려아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 기다렸다.
나는 소파를 등받이 삼아 몸을 기댄 후 텔레비전을 켰다.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많은 프로그램 속 내 눈에 띈 건 내레이션이 차분한 펭퀸 다큐멘터리였다. 나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펭귄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화면 속엔 얼음으로 둘러싸인 남극의 풍경과 삼삼오오 모여 사는 펭귄들이 비쳤다. 카메라는 그중 한 펭귄을 잡았다. 태어난 지 40일도 되지 않은 아기 펭귄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기 펭귄은 아직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곧 얼어 죽을지도 몰랐다. 눈발은 거세지고, 아기 펭귄의 여린 털 위에 눈이 쌓인다. 아기 펭귄은 아무 수컷 품에 파고들어 갔다.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자기 새끼가 아님을 눈치챈 펭귄은 아기 펭귄을 밀어내고 부리로 쪼아 쫓아냈다.
이제 아기 펭귄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기 펭귄은 죽고 마는가. 눈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아기 펭귄은 수컷 찾길 포기했다. 아주 자그마한 펭귄이 점점 눈에 파묻혔다. 펭귄의 목 주변까지 눈으로 뒤덮이기 직전, 수컷이 아기 펭귄을 감싸 안았다.
이 경험을 통해 아기 펭귄은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컷과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죠.
뒤이어 내레이션이 들렸다.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손톱 주변은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트북을 켰다. 려아가 떠난 걸 떠올리면 내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지만 나는 할 일이 많았다. 영화과를 졸업한 내겐 구린 영화를 거르는 법과 빠르게 영상을 처리하는 편집 실력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택한 일은 개인 방송가 펭돌의 밑에서 일하는 거다. 1인 개인 방송 라이브가 끝나면 서너 시간가량 되는 영상을 펭돌이 원하는 만큼 쪼개 재밌게 편집하는 일이었다. 려아는 펭돌을 좋아했다. 속 시원하게 말도 잘하고 재미있다고. 가끔 펭돌의 라이브도 챙겨보았고 대부분 편집된 영상을 계속 다시 보았다. 내가 편집한 영상들은 려아의 눈에 담겼다. 려아는 까르르 웃어대며 내 손으로 재배치한 영상을 좋아했다.
귓가엔 펭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사연을 읽었다. 나는 손을 바삐 움직여 40분이 넘어가는 첫 번째 영상을 6~7분으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이제 그 사람은 애인이 아니지만요. 아니, 저는 돌아갈 거지만. 저는 겨울잠이 끝나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갈 거거든요. 제 애인이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난 잠이 필요해, 수면 말이야. 귓가에 려아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속에서 무언가 끓는 듯했다. 볼륨을 올렸다. 사연을 다 읽은 펭돌은 한참을 침묵했다.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이 뿌예졌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굳어버렸다. 나는 두 손을 마주 잡고 귀를 열었다.
사연자분. 아니, 펭귄님. 뭐 어쩌자는 겁니까? 자, 다시 읽어봅시다. 겨울잠을 자고 싶어서 애인을 떠났다……. 이게 뭔 개소리입니까?
냉동고에 깊숙이 잠들어있던 소주 한 병을 꺼냈다. 잔은 없었다. 뚜껑을 따 음료수처럼 꿀떡꿀떡 마셨다. 천천히 취기가 올라왔다.
펭귄님이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애인은 막 기다리고 자시고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강아지예요? 잘 살겠죠. 님이 떠나갔으니까 더 잘 살아야죠. 그게 펭귄님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펭돌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려아는 내게 떠나겠다고 언질을 줬다. 애써 고개를 저으며 펭돌의 말을 부정해 보았지만 나는 절실히 알았다. 려아 또한 내게 당일이 되어서야 떠난다는 사실을 고백했으며 그전까진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는 걸. 그러니까 내게 한 말은 일종의 통보였다.
너는 나랑 있는 게 지긋지긋했어?
려아는 눈물이 그렁한 채로 있는 나를 보며 짐짓 당황하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여태껏 회사에 출근하는 내내 썼던 사퇴서가 있다며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려아는 가방을 뒤집어 보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건 포효에 가까웠다. 흰 봉투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흰 눈 같았다. 려아에겐 잠이 필요했다. 겨울잠, 하지만 려아. 펭귄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 그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 방송 보실지 모르겠지만 펭귄님 애인 분. 이런 사람 사랑해서 뭐합니까? 사랑이 장난이에요? 그냥 다 지우시고 홀로서기 하시죠. 누구보다 잘 사세요. 아셨죠?
소주를 들이켰다. 당신이 뭘 알아, 려아는 돌아올 거야. 나와 약속했는걸. 볼이 붉어지고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노트북을 덮었다. 아까 다 못 본 펭귄 다큐를 틀었다.
한 펭귄이 있다. 곧 태어날 펭귄의 알을 발밑에 조심히 쥐고 있는 펭귄. 이 펭귄은 알이 태어나기 직전까지 꼿꼿이 서서 잠을 자고 부리로 알을 건드려보기도 한다. 내레이션은 말한다.
이 알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조금만 펭귄의 품에서 벗어나도 얼어버리고 맙니다.
펭귄은 혹여 알을 놓칠세라 소중히 품는다. 소주를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이 하나하나가 시원해졌다. 조심히 알을 다루던 아빠 펭귄이 실수로 알을 놓친다. 급히 다시 알을 주워 품어보지만 이미 알은 제 기능을 잃는다. 안에 잠들어있던 새끼는 죽었고 펭귄은 끝없이 알을 품는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펭돌의 전화였다. 나는 다큐를 멈추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아니, 설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합니까? 제가 분명 영상 새벽까지 보내달라고 늘 말해뒀을 텐데요. 왜 메일이 안 왔죠?
펭돌니임. 그으 마지막 사연 있잖아요오. 누구한테 온 건지 아세요오?
설씨 지금 술 마셨어요? 일도 안 하고?
잘 살라면서요오. 어떻게 살아요. 님은 그렇게 살 수 있어요? 보란 듯이?
일단 주무세요. 내일 다시 얘기하죠.
펭돌의 전화가 끊겼다. 이게 다 펭귄 때문이야. 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몽롱했다. 얼굴 전체가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알을 놓친 펭귄은 이제 더는 알을 품지 않았다. 대신 눈 뭉치를 품었다. 차가운 눈 뭉치를 마치 알처럼 소중하게 안았다. 짧은 팔로 꼬옥. 나는 반쯤 눈이 감긴 채 이 장면을 본지라 정말 펭귄이 알을 놓치면 이런 행동을 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속이 메슥거려 화장실로 향했다. 다큐는 끄지 않았다. 여전히 내레이션은 귀에 박혔다.
눈 뭉치를 품은 수컷 펭귄은 오래도록 아픔을 견딥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처참했다. 머리는 안 감은 지 오래되어 떡이 졌고 눈꼬리가 처졌다. 얼굴 전체가 토마토처럼 시뻘겠고 목과 팔이 듬성듬성 부어올랐다. 무심코 욕조를 쳐다보았다. 솜으로 가득 메운 욕조 위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건 알이었다. 펭귄의 알.
나는 조심히 알을 품던 펭귄이 떠올랐다. 알을 꼭 안았다. 알은 딱딱했으며 차가웠다. 눈을 감고 감촉을 느꼈다. 려아가 보고 싶었다. 매일 밤이면 내 품에 꼭 안겨있던 려아가. 려아야, 사실 너 잠자려고 떠난 거 아니잖아. 그냥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거잖아. 더는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 사연 네가 보낸 거지, 그렇지? 려아는 정말 다시 돌아올까. 귓가에 환청처럼 내레이션이 울렸다.
수컷 펭귄은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바닷속을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물개들의 좋은 먹이가 되겠죠.
눈을 번쩍 떴다. 내 옷과 손이 물에 젖었다. 팔과 목에 듬성듬성 부어올랐던 자국은 온데간데없었고 정신은 말짱했다. 알은 없었다. 려아도 없었다. 오직 솜을 채운 욕조만이 있을 뿐이었다.
긴긴 겨울잠이 사그라졌다.*


webzine-c-v2 (수정 후)

문학 공모

소설 당선작

너는 겨울잠을 잔다

장아연


  려아가 떠나자마자 내가 한 일은 욕조를 솜으로 메우는 거였다. 손바닥의 두 배만 한 솜덩어리를 열 개 사 거실 바닥에 널브렸다. 한 덩어리를 잘게 찢고, 또 찢었다. 엉겨 붙였던 솜들이 포슬포슬한 모양이 되었다. 작은 솜에 물을 넣으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솜은 물과 만나면 자신의 몸을 두세 배 불렸다.
  라디오 방송처럼 펭돌의 라이브를 켜놓았다. 5시간 30분째 펭돌은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려아도 이 방송을 보고 있을까. 펭돌이 마지막 사연을 읽었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어쩌면 려아와도.
  내가 기억하는 려아는 퇴근하자마자 내게 인사도 않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적막한 집 안엔 물소리만 들렸다. 처음 려아와 동거를 시작했을 때, 나는 려아가 잘못된 줄 알았다. 놀라 문을 벌컥 여는 불상사를 저지르기도 했다. 려아는 욕조에 몸을 담그다가 당황해 아예 물 안으로 숨어버렸다. 연애 초기에 우리는 비밀과 부끄럼이 많았기에 나는 화장실 문을 꼭 닫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
  려아는 목욕을 오래 한다.
  화장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면 조용히 되뇌었다. 직장인 려아에게 샤워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실 안에 김이 가득 차 앞이 보이지 않아도 려아는 문 한번 열지 않았다. 그저 안개 낀 화장실 안에서 고요를 머금었다. 언제 한번 몰래 화장실 문을 열어 려아를 훔쳐보았다. 인상을 잔뜩 쓰고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욕조 끝에 기대어 누운 려아의 모습이 보였다. 시원한 냄새가 나는 민트 향 비누를 잔뜩 풀어놓고 거품에 코까지 파묻었다. 약 두어 시간 동안 려아의 목욕이 지속되었다. 나는 그 무료한 시간을 화장실 문을 열어 려아를 훔쳐보거나 귀를 대어 려아가 어떤 식으로 피로를 푸는지 상상하며 해소했다. 려아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몸을 물에 녹였다.
  려아가 취업에 성공한 건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쓴 지 3년이 된 시점이었다. 맨 처음에 쓴 이력서의 잉크는 말라 종이에 완전히 밀착되었고 자기소개는 퇴고에 퇴고를 거쳐 더는 려아의 삶이 들어있지 않았다. 려아의 이상적인 모습을 의인화한 것에 가까웠다. 려아는 이미 영상편집자로 취직해 프리랜서 생활을 영위하는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매일 이력서를 쓰고 넣는 걸 거르지 않았다. 내게 힘들다, 단 한 번도 토로하지 않고 묵묵히 메일을 보냈다. 려아는 아주 나긋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검은 긴 머리를 자주 빗었고 숱이 빽빽한 앞머리는 항상 짧게 잘랐다. 주로 발목을 덮는 원피스를 입었으며 앞코가 동그란 단화를 즐겨 신었다. 내게 말을 걸 때면 늘 다정하게 설아, 나지막이 속삭였다.

  마지막 사연입니다. 펭귄님이 보내셨네요. 하하, 이것 참. 아무리 제 팬이셔도 그렇지, 이름까지 따라 하시면 됩니까?
  펭돌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이제 욕조 안엔 온통 솜뿐이었다. 려아는 없었다. 그 애는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짐을 챙겨 떠났으니까. 머릿속엔 온통 활짝 웃으며 머리카락을 살랑이던 려아의 모습뿐이었다. 그날도 려아는 발목을 덮는 검정 원피스를 입었고, 단화를 신었다. 려아에게서 시원한 민트 향이 풍겼다. 나를 설레게 했던 모습 그대로 찾아와 려아는 작별을 고했다. 우린 이별하는 게 아니야, 잠시만. 잠시만 떨어지는 거야. 난 돌아올 거니까. 정말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저는 3년째 애인과 동거하던 사람입니다.
  나는 가만히 욕조를 바라보다 움찔했다. 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 펭돌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잠을 자고 싶었어요. 겨울잠을요.
  겨울잠, 그 단어를 듣자마자 심장이 요동쳤다. 나도 모르게 방송을 꺼버렸다. 려아였다. 그건 려아가 분명했다.
  려아는 취직하고 난 뒤 매일 같이 야근을 일삼았다. 나는 려아가 땀에 푹 젖은 블라우스를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면 뒤처리를 했다. 려아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고 싶어, 최소한으로 입을 벌려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묻기도 전에 려아는 내 목덜미를 감싸고 키스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려아의 혀가 내 어금니를 쓸었다. 려아는 늘 이런 식이었다. 상대방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키스로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
  왜 인간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거야? 왜, 대체 왜…….
  려아는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 나는 려아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려아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 기다렸다.
나는 소파를 등받이 삼아 몸을 기댄 후 텔레비전을 켰다.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많은 프로그램 속 내 눈에 띈 건 내레이션이 차분한 펭퀸 다큐멘터리였다. 나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펭귄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화면 속엔 얼음으로 둘러싸인 남극의 풍경과 삼삼오오 모여 사는 펭귄들이 비쳤다. 카메라는 그중 한 펭귄을 잡았다. 태어난 지 40일도 되지 않은 아기 펭귄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기 펭귄은 아직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곧 얼어 죽을지도 몰랐다. 눈발은 거세지고, 아기 펭귄의 여린 털 위에 눈이 쌓인다. 아기 펭귄은 아무 수컷 품에 파고들어 갔다.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자기 새끼가 아님을 눈치챈 펭귄은 아기 펭귄을 밀어내고 부리로 쪼아 쫓아냈다.
  이제 아기 펭귄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기 펭귄은 죽고 마는가. 눈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아기 펭귄은 수컷 찾길 포기했다. 아주 자그마한 펭귄이 점점 눈에 파묻혔다. 펭귄의 목 주변까지 눈으로 뒤덮이기 직전, 수컷이 아기 펭귄을 감싸 안았다.
  이 경험을 통해 아기 펭귄은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컷과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죠.
뒤이어 내레이션이 들렸다.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손톱 주변은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트북을 켰다. 려아가 떠난 걸 떠올리면 내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지만 나는 할 일이 많았다. 영화과를 졸업한 내겐 구린 영화를 거르는 법과 빠르게 영상을 처리하는 편집 실력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택한 일은 개인 방송가 펭돌의 밑에서 일하는 거다. 1인 개인 방송 라이브가 끝나면 서너 시간가량 되는 영상을 펭돌이 원하는 만큼 쪼개 재밌게 편집하는 일이었다. 려아는 펭돌을 좋아했다. 속 시원하게 말도 잘하고 재미있다고. 가끔 펭돌의 라이브도 챙겨보았고 대부분 편집된 영상을 계속 다시 보았다. 내가 편집한 영상들은 려아의 눈에 담겼다. 려아는 까르르 웃어대며 내 손으로 재배치한 영상을 좋아했다.
귓가엔 펭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사연을 읽었다. 나는 손을 바삐 움직여 40분이 넘어가는 첫 번째 영상을 6~7분으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이제 그 사람은 애인이 아니지만요. 아니, 저는 돌아갈 거지만. 저는 겨울잠이 끝나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갈 거거든요. 제 애인이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난 잠이 필요해, 수면 말이야. 귓가에 려아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속에서 무언가 끓는 듯했다. 볼륨을 올렸다. 사연을 다 읽은 펭돌은 한참을 침묵했다.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이 뿌예졌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굳어버렸다. 나는 두 손을 마주 잡고 귀를 열었다.
  사연자분. 아니, 펭귄님. 뭐 어쩌자는 겁니까? 자, 다시 읽어봅시다. 겨울잠을 자고 싶어서 애인을 떠났다……. 이게 뭔 개소리입니까?
  냉동고에 깊숙이 잠들어있던 소주 한 병을 꺼냈다. 잔은 없었다. 뚜껑을 따 음료수처럼 꿀떡꿀떡 마셨다. 천천히 취기가 올라왔다.
  펭귄님이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애인은 막 기다리고 자시고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강아지예요? 잘 살겠죠. 님이 떠나갔으니까 더 잘 살아야죠. 그게 펭귄님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펭돌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려아는 내게 떠나겠다고 언질을 줬다. 애써 고개를 저으며 펭돌의 말을 부정해 보았지만 나는 절실히 알았다. 려아 또한 내게 당일이 되어서야 떠난다는 사실을 고백했으며 그전까진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는 걸. 그러니까 내게 한 말은 일종의 통보였다.
  너는 나랑 있는 게 지긋지긋했어?
  려아는 눈물이 그렁한 채로 있는 나를 보며 짐짓 당황하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여태껏 회사에 출근하는 내내 썼던 사퇴서가 있다며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려아는 가방을 뒤집어 보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건 포효에 가까웠다. 흰 봉투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흰 눈 같았다. 려아에겐 잠이 필요했다. 겨울잠, 하지만 려아. 펭귄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 그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 방송 보실지 모르겠지만 펭귄님 애인 분. 이런 사람 사랑해서 뭐합니까? 사랑이 장난이에요? 그냥 다 지우시고 홀로서기 하시죠. 누구보다 잘 사세요. 아셨죠?
  소주를 들이켰다. 당신이 뭘 알아, 려아는 돌아올 거야. 나와 약속했는걸. 볼이 붉어지고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노트북을 덮었다. 아까 다 못 본 펭귄 다큐를 틀었다.

  한 펭귄이 있다. 곧 태어날 펭귄의 알을 발밑에 조심히 쥐고 있는 펭귄. 이 펭귄은 알이 태어나기 직전까지 꼿꼿이 서서 잠을 자고 부리로 알을 건드려보기도 한다. 내레이션은 말한다.
  이 알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조금만 펭귄의 품에서 벗어나도 얼어버리고 맙니다.
  펭귄은 혹여 알을 놓칠세라 소중히 품는다. 소주를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이 하나하나가 시원해졌다. 조심히 알을 다루던 아빠 펭귄이 실수로 알을 놓친다. 급히 다시 알을 주워 품어보지만 이미 알은 제 기능을 잃는다. 안에 잠들어있던 새끼는 죽었고 펭귄은 끝없이 알을 품는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펭돌의 전화였다. 나는 다큐를 멈추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아니, 설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합니까? 제가 분명 영상 새벽까지 보내달라고 늘 말해뒀을 텐데요. 왜 메일이 안 왔죠?
  펭돌니임. 그으 마지막 사연 있잖아요오. 누구한테 온 건지 아세요오?
  설씨 지금 술 마셨어요? 일도 안 하고?
  잘 살라면서요오. 어떻게 살아요. 님은 그렇게 살 수 있어요? 보란 듯이?
  일단 주무세요. 내일 다시 얘기하죠.
  펭돌의 전화가 끊겼다. 이게 다 펭귄 때문이야. 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몽롱했다. 얼굴 전체가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알을 놓친 펭귄은 이제 더는 알을 품지 않았다. 대신 눈 뭉치를 품었다. 차가운 눈 뭉치를 마치 알처럼 소중하게 안았다. 짧은 팔로 꼬옥. 나는 반쯤 눈이 감긴 채 이 장면을 본지라 정말 펭귄이 알을 놓치면 이런 행동을 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속이 메슥거려 화장실로 향했다. 다큐는 끄지 않았다. 여전히 내레이션은 귀에 박혔다.
  눈 뭉치를 품은 수컷 펭귄은 오래도록 아픔을 견딥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처참했다. 머리는 안 감은 지 오래되어 떡이 졌고 눈꼬리가 처졌다. 얼굴 전체가 토마토처럼 시뻘겠고 목과 팔이 듬성듬성 부어올랐다. 무심코 욕조를 쳐다보았다. 솜으로 가득 메운 욕조 위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건 알이었다. 펭귄의 알.
  나는 조심히 알을 품던 펭귄이 떠올랐다. 알을 꼭 안았다. 알은 딱딱했으며 차가웠다. 눈을 감고 감촉을 느꼈다. 려아가 보고 싶었다. 매일 밤이면 내 품에 꼭 안겨있던 려아가. 려아야, 사실 너 잠자려고 떠난 거 아니잖아. 그냥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거잖아. 더는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 사연 네가 보낸 거지, 그렇지? 려아는 정말 다시 돌아올까. 귓가에 환청처럼 내레이션이 울렸다.
  수컷 펭귄은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바닷속을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물개들의 좋은 먹이가 되겠죠.
  눈을 번쩍 떴다. 내 옷과 손이 물에 젖었다. 팔과 목에 듬성듬성 부어올랐던 자국은 온데간데없었고 정신은 말짱했다. 알은 없었다. 려아도 없었다. 오직 솜을 채운 욕조만이 있을 뿐이었다.
  긴긴 겨울잠이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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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모

소설 당선작

너는 겨울잠을 잔다

장아연

마지막 사연입니다. 펭귄님이 보내셨네요. 하하, 이것 참. 아무리 제 팬이셔도 그렇지, 이름까지 따라 하시면 됩니까?
펭돌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이제 욕조 안엔 온통 솜뿐이었다. 려아는 없었다. 그 애는 다시 오지 않을 거야,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짐을 챙겨 떠났으니까. 머릿속엔 온통 활짝 웃으며 머리카락을 살랑이던 려아의 모습뿐이었다. 그날도 려아는 발목을 덮는 검정 원피스를 입었고, 단화를 신었다. 려아에게서 시원한 민트 향이 풍겼다. 나를 설레게 했던 모습 그대로 찾아와 려아는 작별을 고했다. 우린 이별하는 게 아니야, 잠시만. 잠시만 떨어지는 거야. 난 돌아올 거니까. 정말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저는 3년째 애인과 동거하던 사람입니다.
나는 가만히 욕조를 바라보다 움찔했다. 소리를 조금 더 키웠다. 펭돌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잠을 자고 싶었어요. 겨울잠을요.
겨울잠, 그 단어를 듣자마자 심장이 요동쳤다. 나도 모르게 방송을 꺼버렸다. 려아였다. 그건 려아가 분명했다.
려아는 취직하고 난 뒤 매일 같이 야근을 일삼았다. 나는 려아가 땀에 푹 젖은 블라우스를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면 뒤처리를 했다. 려아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고 싶어, 최소한으로 입을 벌려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묻기도 전에 려아는 내 목덜미를 감싸고 키스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고 려아의 혀가 내 어금니를 쓸었다. 려아는 늘 이런 식이었다. 상대방을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키스로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
왜 인간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거야? 왜, 대체 왜…….
려아는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 나는 려아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려아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 기다렸다.
나는 소파를 등받이 삼아 몸을 기댄 후 텔레비전을 켰다.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많은 프로그램 속 내 눈에 띈 건 내레이션이 차분한 펭퀸 다큐멘터리였다. 나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펭귄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화면 속엔 얼음으로 둘러싸인 남극의 풍경과 삼삼오오 모여 사는 펭귄들이 비쳤다. 카메라는 그중 한 펭귄을 잡았다. 태어난 지 40일도 되지 않은 아기 펭귄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기 펭귄은 아직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곧 얼어 죽을지도 몰랐다. 눈발은 거세지고, 아기 펭귄의 여린 털 위에 눈이 쌓인다. 아기 펭귄은 아무 수컷 품에 파고들어 갔다.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자기 새끼가 아님을 눈치챈 펭귄은 아기 펭귄을 밀어내고 부리로 쪼아 쫓아냈다.
이제 아기 펭귄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기 펭귄은 죽고 마는가. 눈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아기 펭귄은 수컷 찾길 포기했다. 아주 자그마한 펭귄이 점점 눈에 파묻혔다. 펭귄의 목 주변까지 눈으로 뒤덮이기 직전, 수컷이 아기 펭귄을 감싸 안았다.
이 경험을 통해 아기 펭귄은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컷과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죠.
뒤이어 내레이션이 들렸다.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손톱 주변은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노트북을 켰다. 려아가 떠난 걸 떠올리면 내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지만 나는 할 일이 많았다. 영화과를 졸업한 내겐 구린 영화를 거르는 법과 빠르게 영상을 처리하는 편집 실력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택한 일은 개인 방송가 펭돌의 밑에서 일하는 거다. 1인 개인 방송 라이브가 끝나면 서너 시간가량 되는 영상을 펭돌이 원하는 만큼 쪼개 재밌게 편집하는 일이었다. 려아는 펭돌을 좋아했다. 속 시원하게 말도 잘하고 재미있다고. 가끔 펭돌의 라이브도 챙겨보았고 대부분 편집된 영상을 계속 다시 보았다. 내가 편집한 영상들은 려아의 눈에 담겼다. 려아는 까르르 웃어대며 내 손으로 재배치한 영상을 좋아했다.
귓가엔 펭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사연을 읽었다. 나는 손을 바삐 움직여 40분이 넘어가는 첫 번째 영상을 6~7분으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이제 그 사람은 애인이 아니지만요. 아니, 저는 돌아갈 거지만. 저는 겨울잠이 끝나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갈 거거든요. 제 애인이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난 잠이 필요해, 수면 말이야. 귓가에 려아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속에서 무언가 끓는 듯했다. 볼륨을 올렸다. 사연을 다 읽은 펭돌은 한참을 침묵했다.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이 뿌예졌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굳어버렸다. 나는 두 손을 마주 잡고 귀를 열었다.
사연자분. 아니, 펭귄님. 뭐 어쩌자는 겁니까? 자, 다시 읽어봅시다. 겨울잠을 자고 싶어서 애인을 떠났다……. 이게 뭔 개소리입니까?
냉동고에 깊숙이 잠들어있던 소주 한 병을 꺼냈다. 잔은 없었다. 뚜껑을 따 음료수처럼 꿀떡꿀떡 마셨다. 천천히 취기가 올라왔다.
펭귄님이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애인은 막 기다리고 자시고 하는 게 아닙니다. 무슨 강아지예요? 잘 살겠죠. 님이 떠나갔으니까 더 잘 살아야죠. 그게 펭귄님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펭돌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려아는 내게 떠나겠다고 언질을 줬다. 애써 고개를 저으며 펭돌의 말을 부정해 보았지만 나는 절실히 알았다. 려아 또한 내게 당일이 되어서야 떠난다는 사실을 고백했으며 그전까진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는 걸. 그러니까 내게 한 말은 일종의 통보였다.
너는 나랑 있는 게 지긋지긋했어?
려아는 눈물이 그렁한 채로 있는 나를 보며 짐짓 당황하더니 내 손을 꼭 잡았다. 여태껏 회사에 출근하는 내내 썼던 사퇴서가 있다며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왔다. 려아는 가방을 뒤집어 보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건 포효에 가까웠다. 흰 봉투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흰 눈 같았다. 려아에겐 잠이 필요했다. 겨울잠, 하지만 려아. 펭귄은 겨울잠을 자지 않아, 그건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 방송 보실지 모르겠지만 펭귄님 애인 분. 이런 사람 사랑해서 뭐합니까? 사랑이 장난이에요? 그냥 다 지우시고 홀로서기 하시죠. 누구보다 잘 사세요. 아셨죠?
소주를 들이켰다. 당신이 뭘 알아, 려아는 돌아올 거야. 나와 약속했는걸. 볼이 붉어지고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노트북을 덮었다. 아까 다 못 본 펭귄 다큐를 틀었다.

한 펭귄이 있다. 곧 태어날 펭귄의 알을 발밑에 조심히 쥐고 있는 펭귄. 이 펭귄은 알이 태어나기 직전까지 꼿꼿이 서서 잠을 자고 부리로 알을 건드려보기도 한다. 내레이션은 말한다.
이 알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조금만 펭귄의 품에서 벗어나도 얼어버리고 맙니다.
펭귄은 혹여 알을 놓칠세라 소중히 품는다. 소주를 입 안 가득 머금었다. 이 하나하나가 시원해졌다. 조심히 알을 다루던 아빠 펭귄이 실수로 알을 놓친다. 급히 다시 알을 주워 품어보지만 이미 알은 제 기능을 잃는다. 안에 잠들어있던 새끼는 죽었고 펭귄은 끝없이 알을 품는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펭돌의 전화였다. 나는 다큐를 멈추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아니, 설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합니까? 제가 분명 영상 새벽까지 보내달라고 늘 말해뒀을 텐데요. 왜 메일이 안 왔죠?
펭돌니임. 그으 마지막 사연 있잖아요오. 누구한테 온 건지 아세요오?
설씨 지금 술 마셨어요? 일도 안 하고?
잘 살라면서요오. 어떻게 살아요. 님은 그렇게 살 수 있어요? 보란 듯이?
일단 주무세요. 내일 다시 얘기하죠.
펭돌의 전화가 끊겼다. 이게 다 펭귄 때문이야. 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몽롱했다. 얼굴 전체가 시뻘게지는 게 느껴졌다. 알을 놓친 펭귄은 이제 더는 알을 품지 않았다. 대신 눈 뭉치를 품었다. 차가운 눈 뭉치를 마치 알처럼 소중하게 안았다. 짧은 팔로 꼬옥. 나는 반쯤 눈이 감긴 채 이 장면을 본지라 정말 펭귄이 알을 놓치면 이런 행동을 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속이 메슥거려 화장실로 향했다. 다큐는 끄지 않았다. 여전히 내레이션은 귀에 박혔다.
눈 뭉치를 품은 수컷 펭귄은 오래도록 아픔을 견딥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처참했다. 머리는 안 감은 지 오래되어 떡이 졌고 눈꼬리가 처졌다. 얼굴 전체가 토마토처럼 시뻘겠고 목과 팔이 듬성듬성 부어올랐다. 무심코 욕조를 쳐다보았다. 솜으로 가득 메운 욕조 위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건 알이었다. 펭귄의 알.
나는 조심히 알을 품던 펭귄이 떠올랐다. 알을 꼭 안았다. 알은 딱딱했으며 차가웠다. 눈을 감고 감촉을 느꼈다. 려아가 보고 싶었다. 매일 밤이면 내 품에 꼭 안겨있던 려아가. 려아야, 사실 너 잠자려고 떠난 거 아니잖아. 그냥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거잖아. 더는 날 사랑하지 않잖아. 그 사연 네가 보낸 거지, 그렇지? 려아는 정말 다시 돌아올까. 귓가에 환청처럼 내레이션이 울렸다.
수컷 펭귄은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바닷속을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물개들의 좋은 먹이가 되겠죠.
눈을 번쩍 떴다. 내 옷과 손이 물에 젖었다. 팔과 목에 듬성듬성 부어올랐던 자국은 온데간데없었고 정신은 말짱했다. 알은 없었다. 려아도 없었다. 오직 솜을 채운 욕조만이 있을 뿐이었다.
긴긴 겨울잠이 사그라졌다.*

웹진

Vol.1
2023. 겨울

려아가 떠나자마자 내가 한 일은 욕조를 솜으로 메우는 거였다. 손바닥의 두 배만 한 솜덩어리를 열 개 사 거실 바닥에 널브렸다. 한 덩어리를 잘게 찢고, 또 찢었다. 엉겨 붙였던 솜들이 포슬포슬한 모양이 되었다. 작은 솜에 물을 넣으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솜은 물과 만나면 자신의 몸을 두세 배 불렸다.
라디오 방송처럼 펭돌의 라이브를 켜놓았다. 5시간 30분째 펭돌은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려아도 이 방송을 보고 있을까. 펭돌이 마지막 사연을 읽었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어쩌면 려아와도.
내가 기억하는 려아는 퇴근하자마자 내게 인사도 않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적막한 집 안엔 물소리만 들렸다. 처음 려아와 동거를 시작했을 때, 나는 려아가 잘못된 줄 알았다. 놀라 문을 벌컥 여는 불상사를 저지르기도 했다. 려아는 욕조에 몸을 담그다가 당황해 아예 물 안으로 숨어버렸다. 연애 초기에 우리는 비밀과 부끄럼이 많았기에 나는 화장실 문을 꼭 닫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했다.
려아는 목욕을 오래 한다.
화장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면 조용히 되뇌었다. 직장인 려아에게 샤워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실 안에 김이 가득 차 앞이 보이지 않아도 려아는 문 한번 열지 않았다. 그저 안개 낀 화장실 안에서 고요를 머금었다. 언제 한번 몰래 화장실 문을 열어 려아를 훔쳐보았다. 인상을 잔뜩 쓰고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욕조 끝에 기대어 누운 려아의 모습이 보였다. 시원한 냄새가 나는 민트 향 비누를 잔뜩 풀어놓고 거품에 코까지 파묻었다. 약 두어 시간 동안 려아의 목욕이 지속되었다. 나는 그 무료한 시간을 화장실 문을 열어 려아를 훔쳐보거나 귀를 대어 려아가 어떤 식으로 피로를 푸는지 상상하며 해소했다. 려아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몸을 물에 녹였다.
려아가 취업에 성공한 건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쓴 지 3년이 된 시점이었다. 맨 처음에 쓴 이력서의 잉크는 말라 종이에 완전히 밀착되었고 자기소개는 퇴고에 퇴고를 거쳐 더는 려아의 삶이 들어있지 않았다. 려아의 이상적인 모습을 의인화한 것에 가까웠다. 려아는 이미 영상편집자로 취직해 프리랜서 생활을 영위하는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매일 이력서를 쓰고 넣는 걸 거르지 않았다. 내게 힘들다, 단 한 번도 토로하지 않고 묵묵히 메일을 보냈다. 려아는 아주 나긋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검은 긴 머리를 자주 빗었고 숱이 빽빽한 앞머리는 항상 짧게 잘랐다. 주로 발목을 덮는 원피스를 입었으며 앞코가 동그란 단화를 즐겨 신었다. 내게 말을 걸 때면 늘 다정하게 설아, 나지막이 속삭였다.

발간의 글


발간의 글

웹진 놀 편집부

문학 공모


시 당선작

표류

임혜리


시 당선작

다중우주의 당신

임혜리


소설 당선작

너는 겨울잠을 잔다

장아연


심사평

제1회 웹진 놀 문학공모 심사평

기획 칼럼


규칙의 인식과 변형 – 한국 동시대 미술의 ‘규칙’에 대한 문제제기

허경


비평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나는 왜 비평을 통해 동료 예술가들과 연결되고자 하는가?

이연숙(리타)


지망생의 노래

윤혜은

[다른 호 보기]


웹진 ‘놀’ Vol.1 창간호 발간

NOTICE

웹진 ‘놀’ Vol.1 창간호 발간

문화살롱 5120에서 펴내는 문화예술종합잡지, 웹진 ‘놀’ 창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공모 세션과 기획 세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공모 세션에는 작년 하반기 문학 공모의 당선작인 단편 소설 1편(장아연)과 시 2편(임혜리)을 실었습니다. 또한, 기획 세션의 필진으로는 철학자 허경, 미술 평론가 이연숙(리타), 작가 윤혜은이 참여하여 다채로운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웹진 ‘놀’의 창간호에 실린 이야기들을 통해 청년 예술인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단조로운 일상을 깨우는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는 것은 어떨까요? 매년 상반기, 하반기마다 발간될 다음 호의 내용도 열린 마음으로 기대해주세요.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문화살롱 5120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 결과

NOTICE

문화살롱 5120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 결과

문화살롱 5120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 결과 알림

문화살롱 5120에 지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용 결과
최종 합격자 : 박*욱 (010-****-4272)
예비 합격자 : 오*은 (010-****-2649)

※ 최종 합격자에게는 개별 연락 및 안내 예정
※ 예비 합격자는 최종 합격자의 입사포기, 결격사유로 인한 합격취소, 채용 후 즉시 퇴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예비 합격자를 채용 대상자로 결정함.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공고

NOTICE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공고

노원구 청년문화예술공간 ‘문화살롱 5120’에서 함께할 프로그램 매니저를 찾습니다.

문화살롱 5120은 청년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을 위한 활동을 제공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을 위한 문화향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시, 웹진 발간을 비롯 특강, 워크숍 등 체계적인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1.선발인원
프로그램 매니저 / 1명

2.업무내용
· 전시 기획 및 진행(공모전, 기획전)
·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웹진 기획 및 진행
· 관람객 응대 및 공간 관리
· 공공 회계 행정

3.핵심역량
· 소통 및 공감 역량
· 기획력 및 실행력
· 행정 업무 능숙도

4.근무조건
· 근무시간 : 주 40시간 근무 (화~토, 10:00~19:00)
· 보수 : 서울시 생활임금 준용(세전 월 240만)
· 계약기간 : 2024. 1. 1 ~ 2024. 12. 31 (연장 계약 가능, 퇴직금 적립)
* 비고: 위탁기관인 단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계약
· 근무장소 :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 (문화살롱 5120)
· 기타 : 4대보험 의무가입, 근로 기간에 따른 연차 제공 및 근로기준법 준수

5.응시자격
· 지원자격 : 만 19세 이상
우대사항
· 지역 거점 사업 특성상, 노원구 및 인근 거주자
· 청년 사업 특성상 청년 인재(만19~39세)
· 청년사업 또는 문화예술관련 기획 경험이 있는 자
· 디자인 또는 SNS활용 능력 우수자
· 공공 행정 회계 업무 경력이 있는 자

6.채용일정

1) 서류전형
· 지원서 접수 기간 : 2023년 12월 6일 (수) ~ 12월 12일 (화)
· 제출서류(1차 서류전형) : 응시 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개인정보동의서 각 1부 (첨부파일 참고)
· 제출방법 : 기간내 이메일(hyejeongbae@naver.com) 접수
· 서류심사발표 : 12월 13일 (수)
* 서류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연락

2) 면접 전형
· 면접 일정 : 2023. 12. 15.(금) 예정
· 면접 장소 : 문화살롱 5120(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 문화살롱 5120)

3) 합격자발표
· 발표 예정일 : 2023. 12. 18.(월)
* 합격자통보 (개별연락)

7.유의사항
· 본 시험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변경사항은 별도 공고함.
· 접수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 | 이메일 hyejeongbae@naver.com

첨부파일
2024 문화살롱5120 매니저채용 응시원서별지1-4포함.hwp
문화살롱5120 채용공고.pdf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선정작가 프리뷰전 ≪공유시선 共有視線 (The Age's Glance)≫

NOTICE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선정작가 프리뷰전
≪공유시선 共有視線 (The Age's Glance)≫

전시일정 | 23년 11월 17일(금) – 2024년 1월 20일 (토)
참여작가 | 공재, 로트링겐, 이상균·조화라, 임하은·조현민
전시장소 | 문화살롱 5120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지하1층)
※ 주차장이 없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개인의 시선이 서로 맞닿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넘어 하나로 얽힌 관계로 나아갑니다.

이러한 시선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규정합니다. 개별의 시선이 다른 시선과 부드럽고 섬세하게 만나는 이 순간은, 마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 사이에서 공통의 감정과 생각을 발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선정작가 프리뷰전 《공유시선 共有視線 The Age’s Glance》은 네 팀의 작가들이 각자의 눈에 비친 세계를 그대로 품에 안은 채 세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볼 때의 순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공재, 로트링겐, 이상균·조화라, 임하은·조현민 작가들은 서로의 시선을 교차하며, 이를 통해 대화를 나눕니다.

공재는 기억의 변형과 흙의 변형을 동일한 맥락에서 바라보며, 사실과 허구,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기념비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로트링겐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과 사진가 장국현의 일화를 통해 책 제작과 지식의 변화를 탐구합니다. 나무에서 종이로, 그리고 지식으로의 변환은 인간 사고의 고정성을 대변하며, 프루스트의 시간 개념은 책의 제작을 시간적 해체로 재해석합니다. 임하은은 자연의 조형적 리듬에 초점을 맞추며, 조현민은 일상 속 풍경과 사물의 그림자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디테일에 주목합니다. 이상균은 회화 작가로서 전통적인 물질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반면, 조화라는 디자이너로서 비물질 형태와 공간의 개념을 재해석하며 무형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재료와 형태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표현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공유된 네 갈래의 시선은 하나의 교차점에서 겹쳐지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이해의 순간으로 전해집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우리 각자의 삶은 서로 미묘하게 연결되는 무늬를 이룹니다. 거미줄이 섬세하고 복잡하게 얽히듯, 교차하는 점들은 우리 내면에 새로운 이해와 감정의 길을 조심스레 열어 생각의 직조물을 만들어냅니다.

《공유시선 共有視線 (The Age’s Glance)》은 2024년에 펼쳐질 작가들 개인전의 프리뷰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각자의 시선에서 출발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각 작가의 작품활동에 대한 이해와 향후 이어질 개별 작가의 깊은 이야기들을 기대하면서, 공감과 이해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홍해준 (문화살롱 5120 프로그램 매니저)

작품 목록
1. 이상균, Guide, 벽면에 먹줄, 가변크기, 2023
2. 이상균, 암거, 캔버스에 유채, 왁스, 알키드, 먹줄, 17.0×17.0cm, 2023
3. 조화라, Movement 3,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59.4x42cm, 2019
4. 조화라, Movement 4,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59.4x42cm, 2019
5. 조화라, Movement 2,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59.4x42cm, 2019
6. 조화라, Movement 1,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59.4x42cm, 2019
7. 조화라, Object 1, 렌티큘러, 7.76×16.3cm, 2019
8. 공재, 9 seats 10 crowds, 나무, 세라믹, 가변크기, 2023
9. 임하은, 해안선 연구, 캔버스에 아크릴, 91.3×116.8cm, 2023
10. 임하은, 둑에서 미끄러지는, 변형 패널에 유채, 77.5x58cm, 2022
11. 조현민, 공릉로, 캔버스에 유채, 66.3×145.5cm, 2023
12. 조현민, 남석2길, 캔버스에 유채, 72.7×72.7cm, 2023
13. 조현민, 성내리, 캔버스에 유채, 80.3×80.3cm, 2023
14. 공재, 인라인 스케이트 멈추는 법, 나무, 세라믹, 가변크기, 2023
15. 공재, 수집되고 믿어진 강력한 기념품, 세라믹, 가변크기, 2023
16. 로트링겐, 즐겁지 않은 지식,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4분, 2023
2024년 전시공모 선정작가 전시 일정(예정)
임하은·조현민 : 2월 8일 – 3월 16일
로트링겐 : 4월 4일 – 5월 11일
공재 : 5월 23일 – 7월 6일
이상균·조화라 : 7월 18일 – 8월 31일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문화살롱 5120 THE SALON <호장품> 안내

NOTICE

문화살롱 5120 THE SALON <호장품> 안내

나의 물건에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짓고 불러봅니다. 내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면서, 평범한 물건들이 아닌 귀중품 애호가가 되는 과정을 함께합니다. 일상 속의 익숙했던 물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즐거운 경험을 함께하고, 자신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의 소장품 등록 절차에 따라 나의 애장품 정보를 카드에 직접 작성해보며 유물등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내가 가진 물건들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나의 취향과 선택을 설명할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박물관의 유물등록 과정을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박물관에 있는 레이블 정보를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날짜 | 23년 11월 11일, 11월 25일, 12월 9일, 12월 23일 (총 4회, 토요일) * 중복 신청 가능
시간 | 토요일 오후 3시-5시 (매회 2시간)
장소 | 문화살롱 5120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지하1층) ※ 주차장이 없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참여비용 | *무료*
신청방법 | https://bitly.ws/XZ4R

* 본 프로그램 특성상 신청자 분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노쇼가 있을 경우 원활한 진행이 어렵습니다. 일정을 꼼꼼히 확인 후 신청 부탁드립니다.

내용
1. 인사ㅣ프로그램 소개와 자기 소개
2. ‘어떤 호장품들’ㅣ 파랑~이 소개하는 물건 이야기
3. 호장품 발굴ㅣ 내가 가져온 물건 소개하기
4. 호장품 연구ㅣ물건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5. 호장품 등록ㅣ대화를 기록, 정리하기

준비물
매회 주제에 맞춰 나에게 의미있는 물건 3점을 고릅니다. 선택한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사진을 준비합니다. 물건을 고른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한 뒤 모임에 참여합니다.

1회 “기념사진”
(11.11 토)
휴대전화 앨범에 담긴 사진, 혹은 사진앨범에 꽂혀있는 사진도 좋습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사진을 찍었는지 생각하면서 재미있는 사진, 의미있는 사진을 골라주세요.

2회 “옷”
(11.25 토)
나에게 의미있는 옷 3점을 사진으로 찍어서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몸에 착용하는 것이라는 감각으로 장신구, 신발까지 포함가능합니다.

3회 “그릇”
(12.09 토)
내가 잘 사용하는 그릇 혹은 넓게는 도자기나 유리 재질의 물건, 소재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담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 4회(12월 23일, 토요일, 오후 3시) – “가구” 현재 갖고 있는 가구도 1점 이상 포함하여 과거의 가구, 미래의 가구를 3점 소개해주세요. 추가로 가구의 크기를 꼭 알려주세요. 정확한 가로 세로의 크기 혹은 자신의 신체를 기준으로 설명해도 좋습니다. (어깨 넓이 정도, 팔꿈치가 닿은 정도, 발끝에 맞춘 정도)

4회 “가구”
(12.23 토)
현재 갖고 있는 가구도 1점 이상 포함하여 과거의 가구, 미래의 가구를 3점 소개해주세요. 추가로 가구의 크기를 꼭 알려주세요. 정확한 가로 세로의 크기 혹은 자신의 신체를 기준으로 설명해도 좋습니다. (어깨 넓이 정도, 팔꿈치가 닿은 정도, 발끝에 맞춘 정도)

안내자 소개
파랑~ (@yhgh0000)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일해왔고, 박물관과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태도보다 애호가의 태도를 사랑하고 다양한 존재들을 대화의 방식으로 만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