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문화살롱 5120 노원구 청년주간 기획전 남다현 개인전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참여작가 | 남다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남다현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별 공지

안녕하세요, 청구 3차 입주자 여러분! 입주자대표 권태현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장을 하러 오는 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개별적인 세대 방문이 너무도 빈번하여 관리사무소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106동 507호를 임시 견본 주택으로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입주 세대에서는 개별 외부인 방문을 지양하고, 견본 주택 방문을 권장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8년은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최근 전국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에도 우리 청구 3차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실상부 강북 최고의 학군지인 은행사거리의 위상이 건재하고, 그 중심에 우리 청구 3차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권 변화를 비롯하여 부동산 정책의 불안정성이 종식된 것은 아니기에 결코 방심할 수 없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 추진, 장기적인 재건축 마스터플랜 수립 등 다방면에서 청구 3차 아파트의 가치와 입주자 여러분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입주자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견본 주택 프로젝트는 다현 건설과 협업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 다현 건설과 협업을 하게된 다양한 연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현 건설의 남다현 대표가 우리 청구 3차의 주민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남다현 대표는 그 당시 노원구 아파트의 주거 양식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시기 노원구 생활을 정리하고 타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기억의 분기점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기점 없는 일상적인 시공간의 연속선 상에서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일과 어떤 사건을 통해 각인된 이미지를 불러오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됩니다. 비디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같은 곳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은 기억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곳이더라도 시차를 가지고 돌아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지요.
  남다현은 무언가 복제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이나 장소, 이미지를 복제할 때도 있고 최근에는 미술사적 대상을 복제하기도 합니다. 남다현의 복제 작업은 무언가를 정교하게 복제해 내지 않습니다. 원본과 차이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죠. 그러면서도 무엇을 복제한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선은 절묘하게 지킵니다. 조금만 자세히 살피면 바로 티가 나는 이상한 유사성이 남다현의 작업이 가진 힘입니다. 뒤샹식 레디메이드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개념인 앵프라맹스(Inframince)와는 다르게 작동하는 수프라맹스(Supramince) 같은 말을 만들어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Infra-thin’ 정도로 번역되는 앵프라맹스는 감각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뒤샹의 앵프라맹스가 차이의 미세함과 인지 (불)가능성의 문제라면, 남다현의 수프라맹스는 그 차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더 벌리고, 관객이 그 간극을 명확히 인지하게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미학, 비판, 유머가 뒤섞인 무언가일 것입니다.
  청구 3차 106동 507호는 동시대의 일상적인 사물도 역사적인 대상도 아닌, 기억의 대상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이곳은 남다현이 그 당시에 두고 온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이 과거의 사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노원구 주민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 물건을 정말로 되찾지 않고 엉성하게 다시 만들어내는 형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다시 만든 사물들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때로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 끼어들 때도 있죠. 기억에서도 수프라맹스와 같은 것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청구 3차 아파트의 106동은 506호까지만 존재합니다. 2008년과 2025년의 간극에서 무엇이 발견되는지가 오히려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과 지금 사이의 틈을 만들어내는 실천으로서의 기억하기, 그리고 반복하기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 노원구의 한 생활 공간을 현재 노원구의 한 전시 공간에 손수 복제하는 남다현의 작업은 역사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격하시키는 일이 아니라, 얼룩과 열화를 통해 지난 시간이 불려 오는 지금 여기의 구조를 돌아보는 작업이 됩니다. 과거의 사물을 다시 만드는 작업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실된 것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껍질만 남은 격하된 사물, 열화된 기억의 얼룩 같은 것을 통해 지금을, 또 여기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을 떠올립니다. 모쪼록 특별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2일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권태현 배상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문화살롱 5120 노원구 청년주간 기획전 남다현 개인전

《2008년 7월 12일 청구3차 106동 507호》

25.09.18-25.10.25

참여작가 | 남다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남다현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별 공지

안녕하세요, 청구 3차 입주자 여러분! 입주자대표 권태현입니다. 최근 들어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장을 하러 오는 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개별적인 세대 방문이 너무도 빈번하여 관리사무소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106동 507호를 임시 견본 주택으로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입주 세대에서는 개별 외부인 방문을 지양하고, 견본 주택 방문을 권장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8년은 우리 청구 3차 아파트에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최근 전국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에도 우리 청구 3차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실상부 강북 최고의 학군지인 은행사거리의 위상이 건재하고, 그 중심에 우리 청구 3차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권 변화를 비롯하여 부동산 정책의 불안정성이 종식된 것은 아니기에 결코 방심할 수 없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 추진, 장기적인 재건축 마스터플랜 수립 등 다방면에서 청구 3차 아파트의 가치와 입주자 여러분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입주자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견본 주택 프로젝트는 다현 건설과 협업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 다현 건설과 협업을 하게된 다양한 연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현 건설의 남다현 대표가 우리 청구 3차의 주민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남다현 대표는 그 당시 노원구 아파트의 주거 양식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시기 노원구 생활을 정리하고 타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기억의 분기점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기점 없는 일상적인 시공간의 연속선 상에서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일과 어떤 사건을 통해 각인된 이미지를 불러오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됩니다. 비디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같은 곳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은 기억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곳이더라도 시차를 가지고 돌아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지요.
  남다현은 무언가 복제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이나 장소, 이미지를 복제할 때도 있고 최근에는 미술사적 대상을 복제하기도 합니다. 남다현의 복제 작업은 무언가를 정교하게 복제해 내지 않습니다. 원본과 차이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죠. 그러면서도 무엇을 복제한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선은 절묘하게 지킵니다. 조금만 자세히 살피면 바로 티가 나는 이상한 유사성이 남다현의 작업이 가진 힘입니다. 뒤샹식 레디메이드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개념인 앵프라맹스(Inframince)와는 다르게 작동하는 수프라맹스(Supramince) 같은 말을 만들어 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Infra-thin’ 정도로 번역되는 앵프라맹스는 감각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뒤샹의 앵프라맹스가 차이의 미세함과 인지 (불)가능성의 문제라면, 남다현의 수프라맹스는 그 차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더 벌리고, 관객이 그 간극을 명확히 인지하게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미학, 비판, 유머가 뒤섞인 무언가일 것입니다.
  청구 3차 106동 507호는 동시대의 일상적인 사물도 역사적인 대상도 아닌, 기억의 대상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이곳은 남다현이 그 당시에 두고 온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이 과거의 사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노원구 주민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 물건을 정말로 되찾지 않고 엉성하게 다시 만들어내는 형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다시 만든 사물들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때로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 끼어들 때도 있죠. 기억에서도 수프라맹스와 같은 것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청구 3차 아파트의 106동은 506호까지만 존재합니다. 2008년과 2025년의 간극에서 무엇이 발견되는지가 오히려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시간과 지금 사이의 틈을 만들어내는 실천으로서의 기억하기, 그리고 반복하기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 노원구의 한 생활 공간을 현재 노원구의 한 전시 공간에 손수 복제하는 남다현의 작업은 역사적인 것을 사적인 것으로 격하시키는 일이 아니라, 얼룩과 열화를 통해 지난 시간이 불려 오는 지금 여기의 구조를 돌아보는 작업이 됩니다. 과거의 사물을 다시 만드는 작업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실된 것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껍질만 남은 격하된 사물, 열화된 기억의 얼룩 같은 것을 통해 지금을, 또 여기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을 떠올립니다. 모쪼록 특별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신 모든 분들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2일
청구 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권태현 배상


≪FLASHGAME≫
25.07.25-25.09.06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FLASHGAME》

25.07.25-25.09.06

참여작가 | 임성빈×심정우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심정우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각자 유희한 이미지, 함께 던진 물음

  이미지의 파도는 어디까지 범람했는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전자기기의 보급은 언제 어디서나 이미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모두에게 이미지를 제작하는 생산자의 자격을 부여하며 서로를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기존의 이미지를 빨아들이고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실재와 분간이 어려운 이미지부터 이와 전혀 무관한 이미지까지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했던 시뮬라크르, 즉 이미지의 세계는 이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러나, 이로 인한 현실의 파멸을 우려했던 그의 예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번 전시 《FLASHGAME》에서 임성빈과 심정우는 빠른 속도로 곁에 머물다 사라지는 이미지와 ‘게임’하듯 유희하며 이 예언에 대한 작금의 응답을 제시한다.
  임성빈은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본래의 맥락으로부터 탈피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캡처 혹은 다운로드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를 자르거나 확대한 뒤 의자나 타일과 같은 지지체에 래핑한다. 이때 변형된 이미지는 원본으로부터 멀어지며 엉성한 실체에 덧입혀지는데, 그 결과 이미지와 물리적 실체 사이에는 어긋남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균열은 곧 상상력과 인지적 유사성에 의해 메워지고 얹혀 있던 이미지는 언제든 다른 의미로 전환될 가능성을 확보한다.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처럼 그의 작업 속 이미지는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여기로 유연하게 이동한다. 또한 경험과 대상에서 얻은 인상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일련의 과정은 현재의 이미지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 임성빈의 오브제 제작 어법은 대상을 형태와 질감, 두 가지로 인지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흡사하며, 이는 현실과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에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심정우는 여행 중 마주한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평면과 입체의 이미지로 복원한다. 교토와 잘츠부르크 여행지에서 목격한 기념품과 인형, 성당 등은 순간적으로 특정한 느낌과 서사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를 이미지로 치환하는데, 단순한 변환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계속 덧붙이며 그 층위를 두텁게 만든다. 포착한 대상의 이미지 중 일부 형태를 다른 이미지와 결합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기억 속 대상이 또 다른 이미지와 뒤섞이는 순간과 의미가 중첩되는 현상을 은유한다. 결국 이미지가 온전히 현실과 맞닿아있지 않은 채 존재하는 모습은 실재와 가상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디지털 이미지로 가상화된 실재는 중첩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가상화를 거치며 심정우의 작업은 실재와 가상 그 어느 곳에도 놓이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다시 보드리야르의 예언으로 돌아가 보자. 현실의 소멸, 더 정확히 말해 현실의 가상화는 진정 경험과 기억이 숨 쉬는 실재를 폐허로 만들었는가? 두 작가는 거대한 이미지 세계와 만나는 찰나의 시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희하면서도 현실을 놓치지 않는 듯하다. 재구성된 기억과 경험을 납작하게 혹은 두텁게 만들며 그저 이 순간 벌어지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즐길 뿐이다. 그렇게 임성빈과 심정우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상 속 당신이 어떤 ‘플래시게임’을 펼칠지 지켜본다.

강현규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채용 공고

NOTICE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채용 공고

문화살롱 5120은 청년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을 위한 활동을 제공하여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민을 위한 문화향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시, 워크숍, 공모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1. 선발인원
– 코디네이터 / 1명

2. 업무내용
– 전시 기획 및 진행(공모전, 기획전)
–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관람객 안내 및 공간 관리
– 행정 업무

3. 핵심역량
– 소통 및 공감 역량
– 기획력 및 실행력
– 행정 업무 능숙도

4. 근무조건
– 근무시간 : 주 40시간 근무(화~토 주5일, 1일 8시간 근무, 10:00~19:00)
– 보 수 : 서울시 생활임금 준용(세전 월 250만)
– 계약기간 : 2025.7.1.~2025.12.31.(근무 평가에 따라 연장 계약 가능)
* 비고: 위탁기관인 단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계약
– 근무장소 : 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문화살롱 5120)
– 기 타 : 4대보험 의무가입, 근로 기간에 따른 연차 제공 및 근로기준법 준수

5. 응시자격
– 지원자격 : 만 19세 이상
– 우대사항
· 지역 거점 사업 특성상, 노원구 및 인근 거주자
· 청년 사업 특성상 청년 인재(만19~39세)
· 문화예술관련 근무 경험이 있는 자
· 디자인 또는 SNS활용 능력 우수자
· 행정 업무 경력이 있는 자

6. 채용일정

1) 공고기간 : 2025. 6. 11. (수) – 6. 18. (수)

2) 서류전형
– 지원서 접수 기간 : 2025. 6. 11. (수) ~ 6. 18 (수)
– 제출서류(1차 서류전형) : 응시 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개인정보동의서 각 1부(첨부파일 참고)
– 제출방법 : 기간내 이메일(hyejeongbae@naver.com) 접수
– 서류심사발표 : 6. 19. (목)
* 서류 합격자에 한하여 개별 연락
* 응시인원이 3배수 미달인 경우, 미달 인원으로 진행하며 모집인원과 응시인원이 동일하거나 미달될 시 재공고.

3) 면접 전형
– 면접 일정 : 2025. 6. 20. (금) 10:00 예정
– 면접 장소 : 문화살롱 5120(서울 노원구 공릉로51길 20 B1 문화살롱 5120)

4) 합격자발표
– 발표 예정일 : 2025. 6. 23.(월)
* 합격자통보(개별연락)

7. 유의사항
– 본 시험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변경사항은 별도 공고함.
– 접수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 문의: 이메일 hyejeongbae@naver.com


≪바람의 이동 경로 : Tracing the Wishes≫
25.6.6–25.6.15

제2회 노원현대예술제

《바람의 이동 경로 : Tracing the Wishes》

25.06.06-25.06.15

장소 | 경춘선 숲길 일대
참여 작가 | 곽인탄, 남다현, 아터스, 이세준, 자율랩, 장시재, 최형준, 09콜렉티브
주최 | 노원구청
주관 | 문화살롱 5120

 ‘LOLOLO 현대예술제’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노원현대예술제는 올해 《바람의 이동 경로》라는 주제로 청년 예술가 8팀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바람은 삶과 도시의 틈 사이를 채우며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예술 또한 그러합니다. 따라서 이번 예술제의 작품들은 그러한 바람의 두 층위에 관한 상호 번역입니다.

 장시재의 <소극적 진동>이 공간을 지나는 바람의 흐름을 하얀 물결로 가시화한다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속공예디자인학과 학회 아터스는 바람과 햇살을 투명한 조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렇게 가시화된 바람은 연결을 발생시킵니다. 주변 사람들과 SNS를 통해 주고받은 사진에 담긴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이세준의 <먼 곳에서 들리는 노래>는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이거나 분리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그림이자 조각입니다. 또한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일상적인 채소인 감자를 나누는 09콜렉티브 <ONE FREE POTATO>를 통해 시민들의 기억과 감정을 나누는 행위로 확장됩니다.

 연결이라는 관계성은 다른 작가들의 작업에서도 이어집니다. 타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인식하는 놀이의 장을 만드는 자율랩의 작업과 자연을 화폭에 담아내는 행위의 과정을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향유의 장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최형준의 <야외 설치형 이젤2>에서 만들어진 관계의 바람은 쓰임을 다한 옛 경춘선 철로의 흔적을 따라 흐르며, 경계를 가로지릅니다. 이러한 바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합니다. 경춘선 숲길 공원은 과거의 시간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산책자들이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곽인탄은 놀이와 상상을 담은 자극 조각들을 연결한 <조각 열차>를 통해 더 이상 쓰지 않는 철길에서 일상의 휴식을 선사하고, 남다현은 도시의 재개발 현장에서 나온 페인트통과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여 철거된 ‘신공덕역’의 간판을 재현함으로써 장소의 기억과 과거를 환기시킵니다.

 분명한 경로를 따라 흐르며, 삶의 구조와 세계의 결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처럼 예술은 변화하는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하며 제안하는 열린 형태입니다. 따라서 노원현대예술제는 단지 예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예술제가 놓인 환경과 함께 호흡하고자 합니다. 이때 예술은 동행의 형식이자 하나의 ‘경로’가 됩니다. 예술과 삶이 만나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남을 이동 경로를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Enjoyment in sense≫
25.05.24-25.07.12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Enjoyment in sense》

25.05.24-25.07.12

참여작가 | 이용빈×최서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김나현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쾌(Enjoyment)는 언제나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는 어떤 순간을 진정으로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은 즐거움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고 금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잉여 감각이라고 말한다. 쾌락은 결코 순수하거나 안정된 감정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고통이 스며 있고,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편함과 모순이 뒤섞여 있다. 즐긴다는 것은 ‘좋음’을 느끼는 것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감각의 틈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 《Enjoyment in sense》는 감각이라는 불확실한 언어를 경유해, 우리가 무엇을 즐기는지를 다시 묻는다. ‘감각’은 본래 흐릿하고 복잡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 최서현과 이용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쾌의 감각을, 감각의 쾌를, 다층적이고 불안정한 구조로부터 끌어낸다.
  최서현의 작업은 감각의 보편성을 재고하는 데서 출발한다. 반려묘의 시선을 관찰하며 그는 감각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고 오랜 시간 인간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실크 위에 중첩된 물감과 이미지의 얇고 흐릿한 층위로 구체화된다. 화면은 위계를 지우고, 위와 아래, 배경과 중심,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를 유예한다. 감각은 그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어느 하나에 고정되지 않은 채 유동한다. 이 감각의 흐름은 죽은 병어의 비늘과 가리비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포착하는 순간 정점에 이른다. 생명이 꺼진 자리에서 비롯된 그 빛은, 그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감정에 윤리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최서현의 회화는 감각의 잔재를 응시하며,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각의 윤리성과 그 인식의 주체에 대해 다시 묻는다.
  반대로, 이용빈은 디지털 이미지에서 추출한 시각 요소를 물질로 전환하여 감각의 구조를 해체한다. 3D 프레임, 게임 속 유기 생명체, SF·판타지에서 파생된 형상들은 금속, 가죽, 라텍스 등 이질적인 재료와 결합하여 낯선 조형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는 매끄럽고 완결된 형태 대신, 비어 있는 틀과 날카롭게 절단된 단면, 어긋난 접합부를 통해 조형의 균열을 강조한다. 단단한 외피 아래에 감춰진 공허는 정서적 공백과 주체의 불안을 시각화하며, 완성보다 불완전함, 안정보다 긴장을 선택한다. 이질적인 재료와 형상 사이에서 감각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각은 그 불안정한 긴장 속에서 존재를 유지한다. 이용빈의 조각은 파열의 흔적을 품은 채 열린 상태로 존재하는 감각의 잔류물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매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감각을 단일하고 안정된 경험이 아닌 균열과 지연의 상태로 제안한다. 한쪽은 반짝이는 표면에서, 다른 한쪽은 비어 있는 구조에서, 이들은 감각이 무너지고 재조립되는 가장자리에서 출발한다. 《Enjoyment in sense》는 감각이라는 것을 다시 배우는 자리이며, 감각의 경계를 통해 쾌를 사유하고, 감각을 넘어서려는 시도 그 자체를 구성해 나간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감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 혹은 그 균열에서 피어나는 어떤 충만함이다.

정미주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공지] 문화살롱 5120 휴관 안내

NOTICE

[공지] 문화살롱 5120 휴관 안내

문화살롱 5120은 근로자의 날 및 대체공휴일을 맞이하여 5월 1일(목), 5월 5일(월), 5월 6일(화) 휴관합니다.

휴관 일정에 착오 없으시길 바라며, 방문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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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5120]
■관람시간: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51길 20, B1

Culture Salon 5120


≪Needle in a box≫
25.03.28-25.05.10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Needle in a box》

25.03.28-25.05.10

참여작가 | 김민철×노경민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오프닝 | 2025년 3월 28일 (금) 오후 5시 30분
포스터 디자인 | 김민철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기억의 회화와 애도의 조각이 직조하는 둘이자 하나인 전시

기억의 꿈이 만들어 내는 (비)유사성의 세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프루스트의 이미지」에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하 『찾기』로 씀)에서 펼쳐 놓은 기억 작업을 페넬로페1)의 작업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프루스트의 비자의적(무의지적) 기억은 대개 기억이라 불리는 것보다 망각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속에서 기억이 씨줄이 되고 망각이 날줄이 되는 이 자발적 회상의 작품은 페넬로페 작품의 닮은꼴이라기보다 오히려 그것과 짝을 이루는 반대가 아닐까? 왜냐하면 여기서는 밤이 이루어놓은 것을 낮이 풀어헤치기 때문이다.2)

벤야민에게 프루스트의 이 지난한 기억 작업은 밤이 만들어 내는, 비(非)이지적일지언정 생산성의 세계와 낮의, 성에 차지 않는 명료한 세계가 (비)변증법적 유사의 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읽혔다.3) 그리고 여기서 사물은 그렇게 현재가 과거의 순간과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로 기능한다.
  《Needle in a Box》에서 선보인 김민철의 회화에서 사물은 때로는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고(〈Nostalgic PanoramaⅡ, Ⅲ〉) 의미를 생성하는 기호를 표지하며(〈Half-Star〉 연작) 상기하는 행위의 계기(〈서로 맞닿은 손Ⅰ〉)가 된다. 〈Nostalgic PanoramaⅡ, Ⅲ〉에서 나무, 비닐, 노끈과 같은 사물이 구성하는 세계는 『찾기』의 주인공이 어린 시절 홀로 잠들 수 있도록 어른들이 준 환등기가 도리어 그 환영이 자아내는 중세 전설로 인하여 무서움에 떨게 만들었던 이미지의 세계와 닮아있다. 여기서 세계는 창조자조차 해독할 수 없는 어떠한 질서(벤야민의 표현으로는 유사) 속에 있을 것이나 낯설고 부조리하다. 그로 인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으로 번역될 수 있을 만한 제목이 화면의 분위기에 반목하며 불안이라는 양가성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Half-Star〉 연작에서는 김민철 작품의 단골 소재인 나무가 물에 비친 반영 상(像)과 함께 별의 형태를 이룬다. 잘려 나가 생을 다한 나무는 그렇게 별을 닮아 별로 태어난다. 〈서로 맞닿은 손Ⅰ〉에서 꺾인 나무의 뽀얀 속살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맞닿은 손으로 명명되었다. 금방 산화될, 생이 길었던 굵은 나무의 속살은 마치 다음을 예비하는 듯 맞닿은 약속의 손으로 의미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때 김민철의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초월적이며 비현실적인, 다음 시간을 표지하는 그 이질적인 세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프루스트의 이미지」에서 앞서 인용한 부분에 뒤이어 벤야민은 장 콕토(Jean Cocteau)가 한 에세이에서 프루스트가 지닌 목소리의 억양에 관하여 그의 목소리가 “밤과 꿀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음을 언급한다. 콕토는 프루스트의 독자를 가장 많이 사로잡게 될 것이 “행복에 대한 맹목적이고 엄청나고 광적인 열망”임을 알았다는 것이다.4) 나아가 벤야민은 프루스트의 『찾기』에서의 행복에의 열망에 관하여 “행복에 대한 의지에는 이중적인 면, 행복의 변증법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는 찬가적인 행복의 모습을, 다른 하나는 비가적인 행복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 전대미문의 것, 지복의 절정이고, 후자는 다시 한 번에 대한 영원한 열망, 처음의 원초적인 행복을 복원하고 싶은 영원한 열망이다. 엘레아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이 비가적 행복의 이념이 바로 프루스트에게 삶을 기억의 보호림으로 변형시킨 이념”이라고 덧붙인다.5) 그렇다면 김민철의 회화가 낯선 사물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기억의 세계와 그 사물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하고 상기하는 행위를 촉발함으로써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어떠한 행복, 작가가 ‘향수’라 이름 붙이고자 했으나 부재했고 도래함이 불확실함에도 열망할 수밖에 없는 그 시간에 대한 열망이라고 볼 수 있지는 않을까?

  김민철에게서 밤의 이야기, 향수로 이루어진 꿈이 어떠한 불가능한 행복의 느낌에 닿아있다면 노경민은 다른 방식으로 기억을 추적하면서 그 기억을 수단으로 삼아 죽음을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삶으로 나아가는 애도의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대로서의 애도

노경민은 외조모의 나무를 만들었다. 정확하게는 돌아가신 외조모의 시골집 앞마당에 있는 나무이다. 아이소핑크 조각에 시골의 흙을 섞은 반죽을 덧입혀 정성껏 열매와 이파리까지 달아 준 그 나무는 전시장 한 가운데를 가득 채우며 모로 누웠다. 실제 감나무의 모상이자 깊은 애도의 정동과 함께 하는 감나무에 깃든 이 정동의 정체는 〈파도에서의 하룻밤_회고록〉 영상 작품에서 밝혀진다. 외조모가 쓴 회고록을 마주한 노경민은 외조모의 글에 그의 삶의 궤적을 쫓는 자신의 행위를 덧입혔다. 하나의 죽음을 추적하는 일은 그가 시집살이를 했던, 이제는 비어있는 집에서 보름 이상을 홀로 지내는 시간으로 이루어 졌다. 작가는 그 시간을 통해 “빈 집에 남겨진 생의 역사들이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실존의 세계 이면에서 생동하고 있음을 확신”6)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는데, 그 생동함을 〈땅에서의 하룻밤_감나무〉와 〈땅에서의 하룻밤_바위〉의 이끼 낀 바위 형상, 외가의 대들보에 세 여인의 형상을 양 끝, 앞뒤로 새긴 〈세 모녀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노경민의 애도 작업에 관하여 쓰고자 할 때, 사유의 키를 잡고자 떠올린 책은 『환대에 대하여』였다. 이 책은 1996년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열린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세미나 중 네 번째인 “이방인의 물음”과 다섯 번째 “환대의 발걸음”에 대하여 또 다른 프랑스의 철학자 안 뒤푸르망텔(Anne Dufourmantelle)이 자신의 글 「초대」와 엮어 1997년 출판한 것이다. 뒤푸르망텔은 데리다가 주도한 세미나와는 반대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데리다를 초대하였고 뒤푸르망텔의 글은 책의 왼쪽에, 데리다의 수정을 거친 두 강의의 내용은 오른쪽에 실렸다. 그의 글이 데리다의 글과 연관을 맺고 있긴 하지만 페이지마다 대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은 왼쪽 페이지의 뒤푸르망텔의 글을 읽기 위해 한 번, 오른쪽의 데리다의 글을 읽기 위해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 읽어야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즉 노경민의 애도를 글로 쓰기 위해 데리다의 “환대”를 떠올린 것은 작가의 애도가 외조모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이태원 치킨집 앞에서 2022년 10월 29일 그 밤에 마주했던 죽음들을 향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관련 작업은 이번 전시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애도란 무엇인가? 애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가 애도할 수 있는가? 누구를 애도할 수 있는가? 애도는 타자에 대한 환대의 하나의 방식이지 않는가? 이러한 물음이 필자를 데리다로 이끈 것이다. 『환대에 대하여』를 구성하는 두 강의는 데리다가 이방인에 대한 물음이 환대에 선행하는 것이자 조건적 환대와 무조건적인 환대의 이율배반적 성격을 탐구한 것이다. 데리다가 “환대는 타자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타자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일까?”7)라고 물을 때, 환대는 (불)가능성의 문제를 넘어 애도에 가 닿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특히 데리다가 아버지이자 오빠인 오이디푸스의 무덤을 알 “권리를 박탈”당한 안티고네에 대하여 더할 수 없이 지독한 “선물”이라고 표현 할 때 애도의 숙명과 기능은 우리의 정체성과 타자와의 관계를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전시 《Needle in a Box》에 대하여 글을 쓰는 일은 새삼 『환대에 대하여』를 재차 숙고하게 만들었다. 하나의 발화에 응답하는 짧은 글, 나란히 있지만 하나로 읽을 수 없는 그 두 사유는 한 번에 하나씩 읽을 수밖에 없지만 서로를 공명함으로써 풍부한 세계를 만든다. 김민철은 우연히 노경민의 작업을 발견하고 그를 이번 전시로 이끌었다. 김민철의 나무와 노경민의 나무는 꿈의 세계와 애도의 정동을 각각 구성한다. 또한 김민철의 기억에 관한 회화와 노경민의 죽음에 관한 작업은 이 전시를 종으로 횡으로 다른 결로 직조한다. 하나이자 둘인 사유와 하나이자 둘인 전시를 다음 시간을 향한 표지로 읽고자 하는 것은 지금 완결되지 않은 도래할 시간들을 기대하기 위함이다.

1)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아내로 남편이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러 떠나자 20년 동안 수많은 구혼자들의 청혼에 “늙은 시아버지의 수의를 마련하여 며느리로서의 마지막 도리를 다한 뒤에 재혼할 대상을 선택하겠다”는 핑계를 대고서는 낮에는 천을 짜고 밤에는 도로 풀어버리는 수를 내어 시간을 끌었다고 전해진다.
2)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프루스트의 이미지」, 『서사·기억·비평의 자리』, 도서출판 길, 2012, pp.236-237.
3) 벤야민은 같은 글에서 “어떤 것과 다른 것의 유사성, 우리가 흔히 일상적으로 기대하고 또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지각하는, 한 사물과 다른 사물의 유사성은, 꿈의 세계가 보여주는 보다 깊은 유사성을 변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꿈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동일하지 않고 유사할 뿐이다. 다시 말해 꿈에서 사물들은 꿰뚫어 볼 수 없는 유사성 관계에 있다”고 쓰고 있다. 위의 글, p.241.
4) 위의 글, p.238에서 재인용.
5) 위의 글, pp.239-240.
6) 노경민, 2025년 작가노트 중.
7) 자크 데리다·안 뒤푸르망텔, 이보경 옮김, 『환대에 대하여』, 필로소픽, 2023, p.47.

배혜정(문화살롱 5120 디렉터)


≪듀엣과 코러스와 숲≫
25.01.24-25.03.15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 프리뷰전

《듀엣과 코러스와 숲》

25.01.24-25.03.15

참여작가 | 김민철×노경민 이용빈×최서현 윤정민×하성욱 심정우×임성빈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오프닝 | 2025년 1월 24일 (금) 오후 5시 30분
전시 사진 | 이동웅
포스터 디자인 | 박한슬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가장 아꼈던 낱말은 숲이었다. 옛날의 탑을 닮은 조형적인 글자였다.
ㅍ은 기단, ㅜ는 탑신, ㅅ은 탑의 상단, ㅅ-ㅜ-ㅍ이라고 발음할 때 먼저 입술이 오므라들고,
그다음으로 바람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는 느낌을 그녀는 좋아했다.
(희랍어 시간 中, 한강)

  문화살롱 5120에서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전시공모 프로그램인 공유시선의 프리뷰 전시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네 팀 총 여덟 명의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어느덧 2회차에 접어든 공유시선의 본 전시는 모두 2인전으로 진행됩니다. 개인전도, 단체전도 아닌 2인전은 일종의 듀엣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듀엣은 일종의 대화가 아닐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조형 언어라는 단어를 흔히들 사용하곤 합니다. 각자의 조형 언어를 사용하는 두 작가가 모여 함께 전시를 만드는 일이 듀엣이라면, 조형 언어들이 마주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화음은 어떻게 조응할까요? 각각의 음들은 탑처럼 쌓여서 수직을 이룹니다. 그렇지만 화음은 단순하게 쌓이기만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스며들어야 합니다. 일종의 배접과도 같이 말이죠. 각각의 듀엣에서 만들어진 화음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민철·노경민은 ‘풍경’을 그리고, 조립합니다. 김민철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개별 단위들은 고향 풍경의 재인식이며, 그러한 실험의 일환으로 흑색과 백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경민은 최근 외조모의 회고록에서부터 출발하여 거대한 역사 속에서 유기된 개인의 죽음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또한 풍경과 결부됩니다.
  이용빈·최서현의 작업은 ‘대상(object)’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빈은 디지털 이미지를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구현하고 있는데요. 유기물도 무기물도 아닌 게임의 캐릭터는 조각의 형태로 변환됩니다. 반면 최서현은 생명체들을 대상으로 죽음과 생명 또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탐구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으로 향합니다.
  윤정민·하성욱의 ‘매체’는 조각입니다. 그렇지만 소재나 여러모로 봤을 때 회화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드로잉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조립하는 윤정민의 작업 방식은 철과 한지 등 여러 재료와 혼합하며 이루어집니다. 또한 하성욱은 가죽을 가지고서 새로운 형태를 조형하는데, 이러한 그의 관심사는 제목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세우기라는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기인하였습니다.
  심정우·임성빈은 이미지들을 ‘추출’합니다. 저해상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임성빈은 원본으로부터 멀어진 이미지들과 조잡하게 변형한 형태를 결합하여 새로운 실체를 만들어냅니다. 심정우는 현재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현재를 시스템과 게임으로 치환하여 세 가지 카테고리(Routine, Knowledge, Adventure)로 구분합니다. 그 안에서 유기적으로 실행되고 종료되는 존재가 이번 전시에서 그가 추출한 이미지입니다.
  이러한 듀엣들이 모여 코러스가 됩니다. 순차적으로 진행될 네 번의 공유시선 전시들은 서로의 앞과 뒤에 배치되어 코러스가 되며, 프리뷰에서 만나 또 다른 코러스가 됩니다. 미리 본다는 말 그대로 먼저 선보이는 프리뷰 전시의 작품들은 다음 전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처럼 코러스의 감각은 수평적이며, 듀엣과는 또 다른 구조를 발생시킵니다. 이렇게 입체적으로 팽창한 듀엣과 코러스는 숲이 됩니다.

김반석 문화살롱 5120 프로그램 매니저


2024년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결과 발표

NOTICE

2024년 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결과 발표

2024년 전시공모 ‘공유시선’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전시 공모를 통해 총 네 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작가/팀은 2025년 문화살롱 5120에서 전시를 선보이게 됩니다.

최종 선정된 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김민철, 노경민
■ 이용빈, 최서현
■ 임성빈, 심정우
■ 하성욱, 윤정민

선정된 팀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전시 준비와 관련한 안내를 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배혜정(문화살롱 5120 디렉터) | 지원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로 2회 째를 맞이한 문화살롱 5120의 전시공모 ‘공유시선 共有視線 (The Age’s Glance)’은 신진작가에 전시 기회를 제공하여 이를 통해 경력과 경험을 쌓고 이러한 자리가 시민에 문화 향유의 장이 되도록 하는 목표 하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팀을 이뤄 지원한 작가들의 경우 개별 작가의 작품세계와 전시기획의 유기적 연결에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으로 지원한 경우 심사의 과정에서 주최측의 고민 하에 매칭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어, 과정으로서의 본 공모가 2025년에 선보일 전시들에 기대가 큽니다. 기관과 공모 선정자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만들어 가는 본 프로그램의 특성상 앞으로 펼쳐질 1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려 봅니다. 안타깝게 선정되지 못하신 지원자분들께도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성근(레인보우큐브) | 이번 공모에는 개인 지원자가 많았으나, 2인 인상의 단체지원자도 적지 않았다. 단체 지원자 중에는 작가와 작가의 조합을 이룬 형태가 많았으며, 기획자와의 협업을 통한 전시 기획안을 제안한 지원자도 있었다. 개인과 단체에 대한 공모 구분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전시 제안을 통해 보다 활발하고 다층적인 예술적 시도가 있기를 바라는 문화살롱5120의 공모 취지에 따라, 개인과 단체 간 심사 차등을 두지 않았다. 다만 단체지원자의 경우 제시한 전시 주제 또는 컨셉트가, 구성원 각자의 작품과 유의미한 조합을 이루어 내어 전시로 완성될 수 있는지를 추가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개인 지원자의 경우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작은 소재,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이것을 보다 깊이 있는 주제로 확장하여 작품으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엿보이는 지원자가 주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더라도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작가 자신의 경험, 연구 과정, 예술관 등이 뚜렷하지 않아 작품과의 연결성에 아쉬움이 남는 지원자도 있었다.

‘공유시선’의 지난해 선정 작가의 전시가 성공리에 마무리된 시점에서, 2025년을 준비하는 ‘공유시선’을 심사하게 되어 올해 진행된 선정 작가의 전시들이 심사의 기준점이 되었다. 지난 선정자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청년 예술가의 신선한 시도를 볼 수 있었던 만큼 최종 선정된 지원자의 전시도 기대가 된다. 청년-지역 예술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공모 기준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선정되지 못한 지원자가 많았으므로, 선정되지 못한 지원자분들에게도 여전한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장진택(독립기획자) | 수준 높은 작업의 다수 사례 가운데 소수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이 분명 수월치는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엔 서로 다른 작업의 범주에 속한 개별의 예술가들이 기획의 측면에서 전시를 꾸리고자 한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는 곧 지역과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기관의 프로그램을 다채롭고 완성도 있게 꾸며줄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 고무적이라 하겠습니다. 선정된 예술가들 역시 이상의 조건들에 부합하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을뿐만 아니라, 조각, 회화, 설치, 디자인, 미디어 등의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는 인상적인 기획을 제안하였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본 공모를 통해 지역의 예술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선정된 분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