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공모

시 당선작

표류

임혜리


누군가 지나는 길목에
청설모가 둥지를 틀었다

경적을 먹고 자라는 새끼들

경유가 목적인 삶도 있다

보청기를 두고 간 할아버지의
마지막 행적은 정류장이었다

마음을 내보이지 못했더니
모든 세계가 나를 지나쳤다

상하이는 적막했다

빈 의자가 있어도
아무도 내게 앉으라 하지 않았다

상처를 놓아두는 비행을 연습해도
마음은 자라지 않았다

둥지를 떠난 청설모는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