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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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놀 편집부


웹진 ‘놀’ 발간에 부쳐

웹진 ‘놀’은 지난 2023년 6월 5일 개관한 문화살롱 5120이 펴내는 예술종합잡지로 반년간 발행됩니다. 이번 창간호에는 원고 공모를 함께 진행하였는데요. 이처럼 매년 상반기에는 기획 원고 중심의 문화예술종합지로, 하반기에는 원고 공모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문화살롱 5120은 노원구가 청년 예술인을 발굴, 지원, 육성하며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 아래 개관하였습니다. 그러한 만큼 ‘놀’은 시작하는 청년 예술가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시작하는 예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창작 환경 조성, 창작 예술품 공표 기회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놀’이 목표로 하는 것은 신진 작가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것과 문화계의 담론 생성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놀’ 창간호는 공모 세션과 기획 세션으로 나누어 준비했습니다. 공모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기존의 공모에는 소설, 시와 같은 문학 장르별 구분이라던가 픽션, 논픽션과 같은 보다 상위의 구분 등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놀’은 장르 구분에 연연하지 않고, 글쓰기에서의 잠재 영역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투고해 주신 시, 소설, 예술 비평,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고는 저희 ‘놀’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쉽게 공모에 당선되지 않은 투고자분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전합니다.

기획 세션의 필진으로는 철학자 허경, 미술평론가 이연숙(리타), 작가 윤혜은이 참여했습니다. 디렉터와 두 프로그램 매니저, 코디네이터로 구성된 웹진 기획팀은 담론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필진 구성은 문화예술 현장을 또 다른 관점과 사유 속에서 다채로운 논의를 담아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그에 따라 글의 주제에 있어서도 특별한 제한 또는 제안 없이 열린 주제로 써 주시기를 부탁드렸고, 글의 내용에 있어서도 필자의 글에 대한 최소한의 교정, 교열만을 거쳐 실었습니다. 따라서 ‘놀’의 창간호에 실린 원고는 각 필자의 주제와 논조를 편집진의 개입 없이 그대로 실은 것임을 밝힙니다.

예술은 언제나 인류와 함께였습니다. 힘든 시기에도 예술가들은 다채로운 형상과 내용으로 시대를 노래하고 그려냈지요. ‘놀’은, 그리고 문화살롱 5120은 이러한 예술의 힘을 믿습니다. 저희의 행보를 편견 없이 그러나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아 주시고 참견해주시고 그럼에도 애정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3년 다시 추워지는 겨울에
문화살롱 5120 디렉터 배혜정

따스한 여정

문화살롱 5120에서 웹진 <놀>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어 기쁩니다. 글을 기고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이 첫걸음, 마치 말과 생각이 서로의 손을 잡고 춤추는 듯합니다. 웹진 <놀>은 예술, 문학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웹진을 기획하며 저에게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고민이나 생각이 비대해질 때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림자를 밝혀내듯 손끝에서 타닥타닥 튀는 불씨처럼 글을 토해냅니다. 퇴고를 거쳐 그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가라앉고 온기가 저를 감싸 안을 때, 글쓰기의 마법이 진정한 따스함을 안겨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글은 저마다의 따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웹진 <놀>은 필진 분들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글을 토렴하듯, 온기를 담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 특별한 여정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웹진을 통해 찾아올 따뜻한 감성과 소소한 위로가 여러분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프로그램 매니저 홍해준

새로운 마음으로 ‘놀’ 준비

문화살롱 5120이라는 공간이 열리고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지 어언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공트럴파크’ 산책로 중간 어딘가쯤에 있는 이곳에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의 첫 마디는 항상 같습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공간을 둘러보고 난 후의 표정들 속에는 익숙한 길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다는 신기함과 일상생활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술을 경험한 데에서 오는 기쁨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공간에서 보여주는 시각적 새로움뿐 아니라, 물리적 한계를 넘어 웹상에서도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웹진을 기획하였습니다. ‘새로움’의 사전적 정의인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전과 달리 생생하고 산뜻한’ 마음이 여실히 담긴 두 청년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며 웹진 <놀>을 시작합니다. 말이 생각을 지나 정제된 단어와 문장으로 정돈되어 유려한 글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들은 늘 짜릿함을 안겨줍니다. 임혜리, 장아연 두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문체로 읽는 내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언어의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필진 세 분의 기획원고를 통해 청년 예술인으로서의 고민과 그들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동시에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매일의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경춘선숲길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나갈 웹진 <놀>을 기대해주세요.

프로그램 매니저 송수빈

시작하는 이야기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것 아닐까? 그것이 둘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웹진을 준비하면서 리베카 솔닛의 문장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원고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우리가 각자 고독했지만 줄곧 연결되어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맥도날드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뿐하게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과제거나 결재서류거나 메일이거나, 전혀 다른 무엇이어도 우리는 참 많은 걸 쓰면서 사는구나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쓰는 만큼 읽는 사람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타인의 문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려 애쓰는 그 수고로운 행위를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원고를 읽으면서 문장 너머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코디네이터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