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FLASHGAME》
25.07.25-25.09.06
참여작가 | 임성빈×심정우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심정우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각자 유희한 이미지, 함께 던진 물음
이미지의 파도는 어디까지 범람했는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전자기기의 보급은 언제 어디서나 이미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모두에게 이미지를 제작하는 생산자의 자격을 부여하며 서로를 이미지로 인식하게 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기존의 이미지를 빨아들이고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실재와 분간이 어려운 이미지부터 이와 전혀 무관한 이미지까지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했던 시뮬라크르, 즉 이미지의 세계는 이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러나, 이로 인한 현실의 파멸을 우려했던 그의 예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번 전시 《FLASHGAME》에서 임성빈과 심정우는 빠른 속도로 곁에 머물다 사라지는 이미지와 ‘게임’하듯 유희하며 이 예언에 대한 작금의 응답을 제시한다.
임성빈은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본래의 맥락으로부터 탈피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캡처 혹은 다운로드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를 자르거나 확대한 뒤 의자나 타일과 같은 지지체에 래핑한다. 이때 변형된 이미지는 원본으로부터 멀어지며 엉성한 실체에 덧입혀지는데, 그 결과 이미지와 물리적 실체 사이에는 어긋남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균열은 곧 상상력과 인지적 유사성에 의해 메워지고 얹혀 있던 이미지는 언제든 다른 의미로 전환될 가능성을 확보한다.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처럼 그의 작업 속 이미지는 여기에서 저기로, 또 저기에서 여기로 유연하게 이동한다. 또한 경험과 대상에서 얻은 인상을 이미지로 인식하는 일련의 과정은 현재의 이미지 작업 방식과 유사하다. 임성빈의 오브제 제작 어법은 대상을 형태와 질감, 두 가지로 인지하는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흡사하며, 이는 현실과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에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심정우는 여행 중 마주한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평면과 입체의 이미지로 복원한다. 교토와 잘츠부르크 여행지에서 목격한 기념품과 인형, 성당 등은 순간적으로 특정한 느낌과 서사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이를 이미지로 치환하는데, 단순한 변환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계속 덧붙이며 그 층위를 두텁게 만든다. 포착한 대상의 이미지 중 일부 형태를 다른 이미지와 결합하는 그의 작업 과정은 기억 속 대상이 또 다른 이미지와 뒤섞이는 순간과 의미가 중첩되는 현상을 은유한다. 결국 이미지가 온전히 현실과 맞닿아있지 않은 채 존재하는 모습은 실재와 가상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디지털 이미지로 가상화된 실재는 중첩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가상화를 거치며 심정우의 작업은 실재와 가상 그 어느 곳에도 놓이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다시 보드리야르의 예언으로 돌아가 보자. 현실의 소멸, 더 정확히 말해 현실의 가상화는 진정 경험과 기억이 숨 쉬는 실재를 폐허로 만들었는가? 두 작가는 거대한 이미지 세계와 만나는 찰나의 시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희하면서도 현실을 놓치지 않는 듯하다. 재구성된 기억과 경험을 납작하게 혹은 두텁게 만들며 그저 이 순간 벌어지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즐길 뿐이다. 그렇게 임성빈과 심정우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상 속 당신이 어떤 ‘플래시게임’을 펼칠지 지켜본다.
강현규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