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5120 전시공모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Enjoyment in sense》
25.05.24-25.07.12
참여작가 | 이용빈×최서현
관람시간 | 화-토,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월요일 / 공휴일 휴관)
포스터 디자인 | 김나현
문의 | 02-948-1217 / culturesalon5120@gmail.com
※ 휠체어 접근이 가능합니다(미리 연락 부탁드립니다).
쾌(Enjoyment)는 언제나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는 어떤 순간을 진정으로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은 즐거움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고 금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잉여 감각이라고 말한다. 쾌락은 결코 순수하거나 안정된 감정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고통이 스며 있고,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편함과 모순이 뒤섞여 있다. 즐긴다는 것은 ‘좋음’을 느끼는 것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감각의 틈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 《Enjoyment in sense》는 감각이라는 불확실한 언어를 경유해, 우리가 무엇을 즐기는지를 다시 묻는다. ‘감각’은 본래 흐릿하고 복잡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 최서현과 이용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쾌의 감각을, 감각의 쾌를, 다층적이고 불안정한 구조로부터 끌어낸다.
최서현의 작업은 감각의 보편성을 재고하는 데서 출발한다. 반려묘의 시선을 관찰하며 그는 감각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고 오랜 시간 인간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실크 위에 중첩된 물감과 이미지의 얇고 흐릿한 층위로 구체화된다. 화면은 위계를 지우고, 위와 아래, 배경과 중심,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를 유예한다. 감각은 그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 어느 하나에 고정되지 않은 채 유동한다. 이 감각의 흐름은 죽은 병어의 비늘과 가리비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포착하는 순간 정점에 이른다. 생명이 꺼진 자리에서 비롯된 그 빛은, 그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감정에 윤리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최서현의 회화는 감각의 잔재를 응시하며,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감각의 윤리성과 그 인식의 주체에 대해 다시 묻는다.
반대로, 이용빈은 디지털 이미지에서 추출한 시각 요소를 물질로 전환하여 감각의 구조를 해체한다. 3D 프레임, 게임 속 유기 생명체, SF·판타지에서 파생된 형상들은 금속, 가죽, 라텍스 등 이질적인 재료와 결합하여 낯선 조형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는 매끄럽고 완결된 형태 대신, 비어 있는 틀과 날카롭게 절단된 단면, 어긋난 접합부를 통해 조형의 균열을 강조한다. 단단한 외피 아래에 감춰진 공허는 정서적 공백과 주체의 불안을 시각화하며, 완성보다 불완전함, 안정보다 긴장을 선택한다. 이질적인 재료와 형상 사이에서 감각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각은 그 불안정한 긴장 속에서 존재를 유지한다. 이용빈의 조각은 파열의 흔적을 품은 채 열린 상태로 존재하는 감각의 잔류물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매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감각을 단일하고 안정된 경험이 아닌 균열과 지연의 상태로 제안한다. 한쪽은 반짝이는 표면에서, 다른 한쪽은 비어 있는 구조에서, 이들은 감각이 무너지고 재조립되는 가장자리에서 출발한다. 《Enjoyment in sense》는 감각이라는 것을 다시 배우는 자리이며, 감각의 경계를 통해 쾌를 사유하고, 감각을 넘어서려는 시도 그 자체를 구성해 나간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감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 혹은 그 균열에서 피어나는 어떤 충만함이다.
정미주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