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공모

시 당선작

다중우주의 당신

임혜리


그 사람과 인사하지 못했다

비가 떠난 자리에 꺼끌꺼끌한 홈이 파였다

떨어진 새잎의 얼굴이 결코 닿을 수 없는 바닥

계절이 이별의 목선을 훑는 동안
당신은 어디로 갔는가

억겁의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애벌레의 오줌 같은 이슬이 손톱을 통과했다

물방울 속에 하나의 지구가 담겨있고
또 다른 당신이 있다

비로 환생하고 싶다던 당신
이제는 웃고 있을까

당신을 맞이하려고 우주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웅크렸다

안녕 인사하면
끝나지 않는 장마가 밤을 차갑게 도려낸다